논문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바를람 샬라모프의 시 이론을 그의 실제적인 시에 적용하여 분석하고 설명하려고 시도한 논문이다. 대부분의 샬라모프 연구가들은 산문 집 『콜르마 이야기』를 대표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산문 작가로서의 가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연구 현황이다. 이에 반해 본 논문은 시 이론가로서의 샬라모프와 시인으로서의 샬라모프 정체성을 규명하려고 한다. 사실 샬라모프는 16개의 짧은 글로 구성된 “에세: 시에 관한 노트”를 남겼다. 이 에세이는 샬라모프의 시 이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에세이는 대단히 추상적이어서 그 자체만 읽었을 때 샬라모프만의 이론을 파악하는 일이 대단히 난해하다. 따라서 그의 이론을 실제 시에 적용하면서 분석함으로 시 이론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질 수 있다. 시 이론가와 시인으로서의 샬라모프 정체성은 자신의 선언에서 그 기원이 시작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시를 써 왔다.” “나는 극한의 북쪽 수용소에서 드러난 인간의 영혼을 보여준 유일한 러시아 시인으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제사로 활용하고 있는 샬라모프의 이런 직접적인 선언이 시인으로서의 샬라모프를 연구에서 결코 도외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시 이론가와 시인으로서의 샬라모프 정체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기존의 연구를 검토하기 위하여 슈레이데르, 크라수힌, 바비체프, 미하일리크, 울랴쉬코프의 주장을 면밀히 분석했다. 산문작가로서의 유명세에 비하여 시인으로서의 샬라모프가 잘 알려지지 않은 까닭을 슈레이데르는 “아직까지 샬라모프의 시가 제대로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본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시 이론가 샬라모프가 주장하는 시의 개념을 그 자체로만 보면 난해하기 그지 없는 도그마다. 예를 들어 “시는 운명이다. 수공품이 아니다.” “시는 경험이다.” “시는 의외 성이다.” “시는 통증이고 그 통증을 치유해 주는 것이다.” 이런 추상적인 선언들을 샬라모프의 관련된 시에 대입하여 분석함으로 그 의미의 장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 본 논문의 새로움이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운명이다. 수공품이 아니다.”라는 선언과 관련된 시를 분석해 보면 시가 어느 정도의 기술을 익히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수공품이 아니라 시행 한 줄 한 줄에 시인의 피가 스며 있는 것 즉 시인에게 시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는 운명적인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시는 경험이다.”라는 주장은 시가 ‘젊고 신선한 시각을 가진 젊은이들의 산물’이라는 통상적 관념에 대해 정 반대되는 샬라모프의 주장을 여실히 보여 준다. 샬라모프의 주장에 따르면 시는 ‘경험이 많아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남자’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논문의 본문에서는 나머지 선언들을 관련된 시를 분석하여 자세하게 그 의미를 논하고 있다. 결론의 한 부분으로 샬라모프가 다양한 선언적 도그마를 만들어 냄으로 시의 개념에 대해 주장을 했는데 어찌하여 시 한 편으로 이 모든 것을 다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주도 면밀한 독자라면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의구심에 대한 해답으로 샬라모프는 “그 어떤 시도 완전한 시는 없다. 다만 시인이 최대한의 완성도를 추구한 것의 결과”라고 주장함으로 그 해답에 갈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