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리어외전〉의 서사극적 양상들을 언급함으로써 서사극으로서 〈리어외전〉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글이다. 〈리어외전〉은 원작과는 다른 플롯의 사용, 코러스와 몽타주 기법의 사용, 또 코믹한 특징들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정치화하는 등의 여러 서사극적 특징들에 의존한 작품이다. 이런 특징들을 사용함으로써 〈리어외전〉은 관객이 새롭고도 익숙하지 않은 관점을 갖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서사극의 일차적 목적은 관객에게 새로운 인식을 부여하는 데 있다. 즉, 소격 효과는 대상에 대한 익숙성을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대상을 새롭고 낯설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사극은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감정이입이 불가능하게 유도하고, 따라서 관객은 극적 환영의 영역에 초대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리어외전〉에서 서사극적인 여러 특징은 작품에서 제공된 여러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관객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리어외전〉은 코러스를 여러 차례 사용한다. 이 공연에서 코러스가 활용될 때, 배우와 인물을 구분하거나 혹은 상황을 역사화시키는 방법으로 공연은 소격 효과를 획득한다. 인물들이 연기한 내용이 코러스에 의해 반복되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을 통해 상황은 역사화되고, 인간의 우행은 단지 리어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관객은 얻게 된다. 또 몽타주 기법을 통해 봉합선을 눈에 띄게 하고, 개개의 장면들을 비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관객에게 노출시키고 있다. 나아가 비재현적인 방식의 연기를 통해 관객은 감정이입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 그 장면이 관객의 뇌리에 남게 하는 서사극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희극적 장면들을 삽입함으로써, 비극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주 플롯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정치적인 논평을 하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서사극적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서사극적 장치의 사용은 여러 가지 함의를 내포한다. 첫째로〈리어외전〉은 플롯을 바꿔내는 방식 등으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대한 비판 및 비평을 도모하고 있으며, 둘째로 〈리어외전〉은 현대 세계의 양상을 포함시켜 원작을 해체하고 원작에 의미를 부가한다. 이 공연은 현대의 주요 문제인 노인의 문제에 대한 논평을 함으로써 현대 사회에 대한 언급을 감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어외전〉은 무대와 관객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코러스와 몽타주 기법의 사용 및 서사적 연기의 활용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숨겨진 의미를 포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관객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