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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로마 비극 『코리오레이너스』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시기인 1607년경의 작품으로 로마공화정의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는 후자에 비해 주인공의 성격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후자가 보여주는 광활한 상상의 세계와 달리 매우 협소한 공간을 그리고 있으며 주인공의 심리분석 역시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에선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과 달리 초월적 질서나 활기찬 상상력을 찾아볼 수 없다. 본고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상대적인 경직성을 주인공의 연기술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로 설명한다. 코리오레이너스는 말을 행위에 우선시키며 행위보다 말을 앞세우는 호민관들과 백성들을 혀와 마음이 분리되어있는 괴물로 폄하하며, 배우란 단어의 원래적인 의미에서 굶주린 백성들을 위선적인 배우들로 간주한다. 그에게 연기술을 구사하는 배우란 명예심이나 자존심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나 코리오레이너스의 한계는 정치적 삶 속에서 주어진 역할놀이는 삶의 방식자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는 가장 연극적인 행위이다. 셰익스피어는 코리오네이너스의 극단적인 성격 가운데 당대의 청교도주의의 반연극적인 편견을 선취적으로 극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풍자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코리오네이너스는 인간의 사회적 삶이란 부분과 전체의 관계 맺기와 같은 역할놀이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파국을 자초한다. 따라서 그의 비극은 성격비극처럼 보이지만 그 성격 자체가 남성화된 어머니를 통해서 그에게 주입된 로마의 사회적 가치의 투영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비극이며 이 작품의 극적 아이러니를 가중시킨다. 메네니우스의 배의 우화는 정치적 삶의 모습을 잘 보여줌과 동시에 코리오레이너스의 상대적인 자기성찰의 결핍을 드러낸다. 셰익스피어에게 있어서 극적인 역할놀이는 사회적 삶의 본질적인 요소이며 그의 전 작품에 흐르는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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