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사상에서 심心은 이기론적 측면에서 분명히 기氣에 속한다. 심성론적 측면에서도 역시 氣에 속한다. 그러나 우주론적 측면에서 볼 때, 심은 이理와 기氣의 合으로 되어 있다. 심은 기氣 중에서 가장 정명精明한 기氣이다. 정명精明한 기氣로서의 심은 지각 작용이 있다. 다른 사물은 이러한 ‘지각 작용’이 없다. 이것이 심의 독특한 존재양상이다. 다시 말하면 심재의 ‘심합이기心合理氣’설은 심의 독특한 존재 양상을 형용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심을 바탕으로 한 극단적인 수양방법을 경계하고 중도를 지향하는 수양 태도를 주장하는 학설이다. 심재는 ‘심합이기’설 관점, 즉 지각의 주체로서의 심관心觀에서 양명학을 비판했다. 그러나 심재의 양명학 비판은 양명학 핵심 개념 하나하나를 비판하기 보다는 총괄적인 비판이다. 필자가 추려낸 심재의 양명학 비판은 ‘격물치지格物致知’ㆍ‘심즉리’ㆍ‘시청언동視聽言動’ㆍ‘충효의 리는 심에 있다’이다. 비록 네 가지로 나누었지만, 그 근원은 ‘치양지致良知’에 있다. 심의 양지良知는 도덕 판단의 근원으로서 도덕심이다. 도덕심이 바라보는 물物 또한 주자적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물物이 아니라 도덕심이 실려 있는 물物이다. 심재는 양명학의 이러한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주자-퇴계학적 관점에서 양명학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