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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국어사(특히 음운사) 연구는 전적으로 문자 언어에 의존하여, 문자 언어 뒤에 숨어 있는 음성 언어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자 언어가 음성 언어를 정확하게 반영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음소 문자인 한글이라고 해서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괴리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음운 체계는 개인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동일한 음운도 음운 환경에 따라 다양한 變異를 보이지만, 그러한 현상이 한글 표기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音盤 자료에 남아 있는 20세기 초의 국어 음성 자료는 문자 언어를 통한 국어사 연구로부터 음성 언어를 통한 국어사 연구의 시대를 열어 주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 자료를 통한 국어사 연구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것은 이상한 현상이다. 왜 그럴까? 국어학자들이 이 자료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첫째 원인은 시기적 근접성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1930년대 유행가의 노랫말에서 오늘날의 국어와는 매우 다른 모습들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은 자료를 實査하지 않은 국어학자들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
둘째는 이 자료의 음운사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그 밖의 가치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자료를 實査하지 않은 데서 온 편견이다.
셋째는 대부분의 자료가 노랫말이기 때문에 일상 언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물론 노랫말이 가지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는 그 이전의 자료들에도 존재한다. 고려 가요, 가사, 시조 역시 노래이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중요한 국어사 자료로 다루어 오지 않았던가?
넷째는 과학적 장비의 결핍 또는 과학적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다. 문자 언어를 통한 국어사 연구에 치중하였던 지금까지의 연구자들이 사용한 장비는 오로지 추상적인 언어학 이론이었다. 음반 자료는 다른 부문보다 음운사적 측면에서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장비의 활용이 필요한데, 그러한 장비를 갖춘 언어 연구 기관이 드물고, 설사 그러한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추상적 이론만으로 무장했던 대부분의 국어학자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숙련된 국어학자라면 굳이 과학적 장비의 활용에 기대지 않고도 중요한 사실들을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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