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은 무엇보다도 인간이 세계를 자신들과 타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지적 호기심이다.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든 자신의 정신적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든 어떤 것을 타자에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표현하려는 내용과 표현의 도구가 필요하다. 원시 인류들에게 있어 그것은 몸짓이나 표정, 웅얼거림 등이었을 것이다.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몸짓, 표정 등만으로는 의사소통이 불완전하다고 느끼고 돌이나 풀 등 다른 도구들을 사용하여 약속을 정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것이 기호의 창조이고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일 것이라 짐작된다.
인류는 사회를 형성하고 언어와 문자를 만들어 문화를 교환, 전달하면서 창조, 발전시켜왔다. 이집트의 가발, 중세 인들의 머리쓰개, 프랑스의 퐁탕주, 원나라의 변발, 조선의 상투나 쪽머리, 현대적 스타일 등 헤어스타일 역시 민족이나 인류 문명의 변화에 따라 각기 상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은 점, 선, 면, 직선, 곡선 등의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는 동일하게 포함하고 있지만 각기 매우 독특하고 고유한 형태를 띠고 있고 특정 사회에서는 특정한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자의적, 타의적으로 강요되었었던 바, 이것은 헤어스타일이 각 사회 집단에서 가지는 고유한 의미가 있고 사회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활용되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본 연구를 통해 헤어스타일이 다음과 같은 기호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 헤어스타일은 숏 헤어, 롱 헤어 등의 외적 형식과 그것이 내포하는 활동성, 우아함 등의 고유한 의미작용을 가진다는 점에서 기표와 기의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외적 형식과 의미작용 간에는 필연성이 없다는 점에서 자의적이며 하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일반적인 원리는 공유하나 그 원리를 각 개인이 적용함에 있어서는 디자이너의 감각이나 취향, 고객의 두상이나 모발 상태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개별성을 띤다는 점에서 랑그와 빠롤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개의 음절과 단어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문장을 형성하듯이 대략 10만 여개의 모발 가닥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스타일을 구성하고 각각의 모발 가닥은 커트, 펌, 염색 등 다른 요소로 대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열체와 결합체의 특성을,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라 해도 시대에 따라 표현하는 이미지, 즉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성과 통시성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헤어스타일도 언어나 교통신호 등과 같이 기호체계라는 명제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예를 찾아 연구한 결과 2012년 대선 후보들의 헤어스타일의 형태와 변화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헤어스타일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문재인 후보는 좀 더 편안한 스타일을, 안철수 후보는 앞으로 흘러내리는 스타일을, 박근혜 후보는 미디움 길이의 스타일을 계속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후보들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면서 헤어스타일을 바꾼 것은 이들이 헤어스타일이 갖는 의미작용과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주목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뿐만 아니라 특히 기업인, 방송인, 정치인 등 타인과 소통을 해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미지 메이킹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상황에 따라 스타일을 달리 한다는 사실은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네일아트, 패션 등 용모를 구성하는 미용 요소들이 단순한 미적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의미작용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헤어스타일을 이해함에 있어 기호학적 접근이 가지는 의의는 헤어스타일의 문화 예술적 본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할 것이며 차후 더욱더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기호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Cultural semiology insists not only the language but also other social phenomenons such as law, religion, and fashion are the signs that have the significations to communicate. Hair style is one of the representative cultural sign that has not only the function of expression on personal preference or sense, but also the communication function in the society. This research applied hair style to the concepts of semiology of Ferdinand de Saussure, founder of the modern semiology, to find out the characteristics as a sign and the communication function of the hair style. Moreover this research analysed the case of the 2012 korean presidential candidates’s hair style to confirm the communication function of hair style in reality. In conclusion, we found out the fact that hair style had the characteristics of semiology like signifiant and signifié, langue and parole, paradigme and syntagme, synchronique and diachronique, and the fact that 2012 korean presidential candidates had made use of their hair style as a tool to communicate with the vo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