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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13년(1413) 고려 왕손 개성 왕씨인 ‘王巨乙吾未’가 충청도 공주에 숨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조정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왕거을오미의 발각과 처리 과정이 약 1달여에 걸쳐 실록에 자세히 기록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은 조선 개국 직후 고려 개성왕씨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대대적인 왕씨 처분에서 비롯되었다.
개성 왕씨는 龍孫으로 여겨질 만큼 신성화된 국성이자 왕족이었으며 그 자체가 고려를 상징했다. 그러므로 조선왕조의 시작과 함께 고려의 종실과 왕실에 속한 여러 왕씨들은 새로운 왕조를 열어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었다. 조선 건국과 동시에 태조와 추대 세력들은 이전 왕조의 세력들을 처분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논의 초반에는 주요 왕족들을 거제와 강화 등의 섬에 유배하는 것에 그쳤지만 결국 대거 숙청하며 수많은 왕씨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때는 1394년으로 태조가 즉위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개성 왕씨 대동보에는 당시 사망한 왕씨들이 약 150여 명이라고 전하는데, 이처럼 전 왕조에 대한 가혹한 탄압은 前史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임은 틀림없다. 왕씨 처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성 정책으로 왕씨가 된 사람들은 원래의 성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왕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전조의 후손이 아닌 사람은 모두 모성을 따르게 하는 등 다른 성씨로 변성하도록 조치하였다. 여기에 왕씨를 숨겨주는 일을 국법으로 금지하면서 개성 왕씨는 조선왕조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는듯 보였다.
그런데 약 20년 후 고려의 왕손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중앙에 알려졌고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사건 조사를 위해 왕거을오미와 가족,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주변 사람뿐 아니라 다른 개성 왕씨 왕손이 살아있다고 소문을 퍼트린 자들까지 약 6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공주 등지에서 잡혀 와 투옥되었다. 조사 결과 왕거을오미는 왕손으로서 고려왕조가 망하던 해에 태어나 줄곧 공주에서 성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법에 따라 왕거을오미를 제거해야 한다는 삼성의 강력한요구가 빗발쳤음에도 조선왕조의 안정을 확신한 태종은 더 이상 왕씨 후예에 대한 탄압 명분이 없다며 그를 석방했다. 이 사건은 1394년이후 실록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거의 유일한 고려 왕씨의 후손에 대한 기록이며 당시 정황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어 당시 왕거을오미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극적으로 생존한 왕거을오미 사건은 단순히 고려 몰락의 비극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사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왕거을오미를 둘러싼 시대와 지역적 배경이다. 즉 조선 초부터 이어진 왕씨들에 대한 삼엄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태어나 생존할 수 있었던 정황, 그리고 어떻게 공주라는 지역과 연결되는지 지역적 배경에서의 종합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개성 왕씨 후손과 공주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그 배경에 왕거을오미의 주변 인물 이 일정한 역할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록에는 왕거을오미와 연루된 인물들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이들 중에는 여말선초 중앙에서 주요 관직을 역임하고 중앙에서 활약한 인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몇 핵심 인물은 왕거을오미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공주에 연고를 둔 정황이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이미 왕거을오미 태생 이전부터 공주와 인연을 맺었던 자신들의 기반을 활용해 고려의 마지막 왕손이 공주에서 생명을 보전하고 명맥을 이어가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사료의 부족으로 이들의 지원이 어떤 형태였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이와 같은 관점에서의 연구를 통해 개성 왕씨들이 지역과 인연을 맺고 흡수되어가는 배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 동시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공주의 여말선초 동향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개성 왕씨는 龍孫으로 여겨질 만큼 신성화된 국성이자 왕족이었으며 그 자체가 고려를 상징했다. 그러므로 조선왕조의 시작과 함께 고려의 종실과 왕실에 속한 여러 왕씨들은 새로운 왕조를 열어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었다. 조선 건국과 동시에 태조와 추대 세력들은 이전 왕조의 세력들을 처분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논의 초반에는 주요 왕족들을 거제와 강화 등의 섬에 유배하는 것에 그쳤지만 결국 대거 숙청하며 수많은 왕씨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때는 1394년으로 태조가 즉위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개성 왕씨 대동보에는 당시 사망한 왕씨들이 약 150여 명이라고 전하는데, 이처럼 전 왕조에 대한 가혹한 탄압은 前史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임은 틀림없다. 왕씨 처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성 정책으로 왕씨가 된 사람들은 원래의 성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왕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전조의 후손이 아닌 사람은 모두 모성을 따르게 하는 등 다른 성씨로 변성하도록 조치하였다. 여기에 왕씨를 숨겨주는 일을 국법으로 금지하면서 개성 왕씨는 조선왕조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는듯 보였다.
그런데 약 20년 후 고려의 왕손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중앙에 알려졌고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사건 조사를 위해 왕거을오미와 가족,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주변 사람뿐 아니라 다른 개성 왕씨 왕손이 살아있다고 소문을 퍼트린 자들까지 약 6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공주 등지에서 잡혀 와 투옥되었다. 조사 결과 왕거을오미는 왕손으로서 고려왕조가 망하던 해에 태어나 줄곧 공주에서 성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법에 따라 왕거을오미를 제거해야 한다는 삼성의 강력한요구가 빗발쳤음에도 조선왕조의 안정을 확신한 태종은 더 이상 왕씨 후예에 대한 탄압 명분이 없다며 그를 석방했다. 이 사건은 1394년이후 실록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거의 유일한 고려 왕씨의 후손에 대한 기록이며 당시 정황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어 당시 왕거을오미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극적으로 생존한 왕거을오미 사건은 단순히 고려 몰락의 비극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사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왕거을오미를 둘러싼 시대와 지역적 배경이다. 즉 조선 초부터 이어진 왕씨들에 대한 삼엄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태어나 생존할 수 있었던 정황, 그리고 어떻게 공주라는 지역과 연결되는지 지역적 배경에서의 종합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개성 왕씨 후손과 공주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그 배경에 왕거을오미의 주변 인물 이 일정한 역할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록에는 왕거을오미와 연루된 인물들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이들 중에는 여말선초 중앙에서 주요 관직을 역임하고 중앙에서 활약한 인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몇 핵심 인물은 왕거을오미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공주에 연고를 둔 정황이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이미 왕거을오미 태생 이전부터 공주와 인연을 맺었던 자신들의 기반을 활용해 고려의 마지막 왕손이 공주에서 생명을 보전하고 명맥을 이어가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사료의 부족으로 이들의 지원이 어떤 형태였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이와 같은 관점에서의 연구를 통해 개성 왕씨들이 지역과 인연을 맺고 흡수되어가는 배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 동시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공주의 여말선초 동향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목차
국문 초록
Ⅰ. 머리말
Ⅱ. 왕거을오미 사건의 전개
Ⅲ. 사건 관계 인물들의 특징과 동향
Ⅵ. 맺음말
참고문헌
Abstract
참고문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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