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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류신 (중앙대학교)
저널정보
한국독어독문학회 독어독문학(구 독일문학) 독어독문학 제56권 제2호
발행연도
2015.6
수록면
5 - 32 (2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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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클의 니체 수용 방식은 초기 맹목적 ‘숭배’에서 비판적 ‘대화’로 전환되었다. 니체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소재를 단순히 차용하는 미숙함을 넘어서, 니체 텍스트를 자신의 시적 구상과 맥락 속으로 끌고 들어와 새롭게 해석하고 변주하는 창의적인 수용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때론 니체의 철학을 추종하고 때론 니체의 사상을 전복하며, 때론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고 때론 차라투스트라에 등을 돌린다. 상호텍스트성을 옹호했던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그 사람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태도”(Barthes 1996, 38)가 「몰락」에서 드러난 트라클의 니체 수용방식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라클의 시는 해독 불가능한 ‘절대 암호’라는 통념은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트라클은 “순전히 직관에 의해 즉흥적으로 시를 쓰는”(Killy 1967, 21) 몽상가가 아니다. 「몰락」의 형식과 내용 분석에서 드러났듯이, 트라클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밀하게 니체 텍스트와 대결하며 시창작에 몰두했는지를 상기하면, 트라클을 무기력하게 자신의 환영에 몸을 내맡기는 신비주의자로 간주하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스 게오르크 켐퍼 Hans-Georg Kemper는 포착된 착상을 분별력 있는 편집 과정을 통해 고도의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기교적인 artistisch’ 시인이 트라클임을 간파했다. “트라클은 황홀한 상태에서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시를 쓰는 독자성 없는 환상가가 아니다. 그는 연상적이긴 하나 의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편집하며, 동일한 원칙에 따라 여러 번 시를 가다듬는 작가이다.”(Kemper 1970, 161) 이를테면 트라클은 「몰락」을 다섯 번이나 개작했다. 요컨대 트라클은 “목표를 의식하고 자기 비평적으로 글을 쓰는”(Bergsten 1971, 334) 시인이다. 고도로 회귀적인 이미지의 연쇄가 증명하듯이. 그의 시에는 의중이 있다. 트라클의 시적 촉수는 그 누구보다도 예민했다. 트라클의 「몰락」에는 시인이 살던 당대의 아픔과 고통, 모순과 절망이 투영되어 있다. 자이들러 Seidler는 트라클의 시에 표현주의의 본령이 결핍되어 있다고 혹평한다. “그의 감정탐닉에는 도발적인 것, 부르짖음 같은 것이 부족하고, 반항과 절규가 부족하기 때문에 표현주의의 본령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Seidler 1976, 30) 이런 비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트라클의 시에서 표현주의자 시인들의 맹렬한 도시 문명비판, 전쟁에 대한 열광과 환멸, 과격한 정치적 행동주의, 원시적 자연에 대한 동경, 새로운 인간에 대한 비전 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이들러의 의혹을 수긍하기도 어렵다. 다른 어떤 표현주의 시인들 못지않게 트라클의 영혼은 세계 몰락의 징후 앞에 격분했으며 절규했기 때문이다. 다만 트라클은 이러한 내면의 고통과 비명을 토로하기보다는 붕괴하는 외부 현상을 내면 깊숙이 끌어들여 밀도 높은 서정적 언어로 농축해 표현하는 길을 선택했다. 트라클은 표현주의가 어떤 집단적인 예술의 강령이나 구호로 정착되기도 전에 사망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시학을 완성하기에는 그에게 주어진 창작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그러나 그의 시는 시대를 증언했다. 외부세계는 그의 내면세계로 변용되었고, 그의 개인적 운명은 시대의 운명이 되었다. 트라클은 몰락을 노래하며 스스로 몰락했다. 누이동생을 향한 근친상간의 욕망이 초래한 그의 죄의식은 가혹했다. 약사보조로 여러 약국을 전전했던 그의 일상은 신산했다. 술과 약물에 중독된 그의 영혼은 우울했다. 1차 대전 최전선에서 약사시보로 90명이 넘는 부상병을 홀로 간호하던 붉은 피로 얼룩진 그의 가운은 섬뜩했다.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야전병원에 감금된 채 신음하며 27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최후는 비참했다. 트라클의 삶은 실패로 점철되었고 몰락으로 경도되었다. 1914년 그는 『브렌너』 편집장 피커에게 편지를 썼다. “오 신이여, 대체 얼마만한 죄와 암흑을 통과해야 합니까? 끝에 이렇게 쓰러지고 싶진 않습니다. O Gott, durch welche Schuld und Finsterniß mussen wir doch gehn. Mochten wir am Ende nicht unterliegen.”(Trakl 1987, I 532) 이렇게 그는 절규하며 “죄와 암흑”의 심연으로 ‘기어올라’ 갔다. 그는 파멸을 살았던 것이다. 트라클이 차라투스트라가 설파하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생철학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했던 까닭은 여기에 있다. 요컨대 트라클은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 모르는”(니체 2014, 21) 시인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몰락하면서 이 세계의 완강한 일각을 더불어 침몰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암울한 트라클의 시 「몰락」이 세상에서 가장 윤리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어떤 삶이 진실하고 어떤 세상이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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