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한국 동요?동시 교육정전 형성 과정을 교육과정의 통사적 추이에 따라 네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우선 시기별로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의 의미를 살폈고 교과서 수록 동요?동시 양상을 1차 자료를 중심으로 실증적으로 검토하여 동요?동시 교육정전의 특성과 정전화 과정을 고찰하였다.
우선 새 교육제도가 도입된 미군정기~교수요목기(1945~1954)는 민족의식 앙양을 위한 좌우 문인작품의 수록과 반공의식 고취를 위한 제재의 배치 그리고 동심주의 동요?동시의 교육 정전화를 살폈다. 두 번째로 1차~3차 교육과정기(1955~1981)는 분단 이데올로기와 애국주의의 강화 및 국가 이데올로기 재생산을 위한 주제중심 단원 구성 그리고 교훈주의 동요?동시의 교육 정전화가 특징적이다. 세 번째는 ‘문학교육의 강화’를 개정 방향으로 명시할 만큼 문학을 중시한 4차 교육과정기(1981~1987)의 특성으로 국민의식 고취와 긍정적 가치관의 내면화, 신비평의 분석주의 방법의 적용 및 형식주의 동요?동시의 교육 정전화로 볼 수 있다. 마지막은 5차~현재까지(1988~현재)는 ‘현대’ 동시의 부상과 상호텍스트성을 고려한 학습구성 그리고 언어기능 신장 관련 제재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동요?동시 교육정전의 특질과 효과를 검토하였다. 우선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변화 속에서 국어와 음악교과서에 지속적으로 선택된 작가군을 분류하고 시기별로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지 그 특성을 파악하였다. 한국 아동문학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1920년대는 ‘동요 황금시대’였다. 그 무렵 학교에서 가르쳐진 일본 창가(唱歌)와 일정한 긴장관계를 이룬 우리 동요?동시는 1930년대를 거치며 개성 있는 동요와 동시를 발표한 시인들이 등장하였고 그들의 시는 작곡되어 널리 불리게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 동요?동시는 초등 국어교육과 음악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향유되었다. 시기별 교육정전 작가군의 특질은 해방 직후 범민족적 동요?동시 작가 구성과 정부 수립 후 문단의 재편으로 인한 주류 작가군의 형성 그리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도래와 함께 현역 동시인과 납북?월북 작가의 등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한 교과서에 수록된 동요?동시 교육정전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특질을 가지고 있는지 살폈다. 우선 ‘국민 애창곡’으로서의 동심주의 동요?동시는 자연친화적이며 순수한 동심을 그렸으나 주로 이상향이 된 고향과 회복해야 할 자연의 이상적 공간을 그린 점이다. 두 번째는 교육 자료로 기능한 교훈주의 동요?동시 그리고 언어기능 신장을 위한 형식주의 동요?동시로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동요?동시 정전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로는 지배적 가치로서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작용과 아동문학 통념으로서 동심주의다. 해방 초기 민족주의 담론은 일제 잔재를 청산한 바탕 위에서 새롭게 건설된 사회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담론이었으나 남북한 단독 정부의 수립 후 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민족주의 개념은 변화 분열되어 남한에서는 소련의 사주로 반민족적인 행위를 일삼는 공산주의자들을 배제하는 개념으로 되면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반공이데올로기와 국가주의 그리고 애국주의 담론의 강화로 이어졌다. 동요?동시 교육정전에서는 대표적으로 「새나라의 어린이」, 「어린이 노래」를 통해 ‘나라의 일꾼’이자 ‘대한의 소년’이 가져야 하는 애국심과 국가주의를 강화시키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하였다. 동요는 음악교과서에 「새마을 노래」나 「6.25 노래」와 같은 건전 가요들이 반복 수록되면서 국가 이데올로기를 홍보하며 체제 순응적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교과서 동요’나 ‘교과서 동시’가 ‘단순하고 쉬운 시’, ‘밝고 맑고 어여쁜 동심을 노래한 시’와 같은 의미를 띠게 되면서 일정 경향의 작품이 동요?동시 전체를 대표한다는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하였다. 이러한 지배적 통념에 의해 동요?동시 교육정전 체제는 유지?보수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