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상균근균(Arbuscular Mycorrhizal Fungi, AMF)은 식물과 상리 공생 관계를 형성하는 균류로 산림 생태계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미생물이며 농업과 생태복원 기술에 이용가치가 높은 유용한 생물자원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면적이 넓고 높은 식물다양성으로 인해 수지상균근균의 생태적 특성을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산림토양에서 수지상균근균의 연구는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본 연구에서는 전남(고흥, 순천, 영광, 신안, 해남, 곡성, 담양, 화순, 완도)과 경북 지역(김천, 의성, 상주, 안동, 문경, 포항, 청도)을 대상으로 38속 47종의 기주식물 근권에서 70점의 토양을 수집하여 수지상균근균의 종 다양성과 개체군 수준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전남과 경북 지역 산림토양에서 수지상균근균의 포자의 형태적 특징과 18S r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하여 12속 37종의 수지상균근균을 확인하였고, 두 지역 모두에서 Acaulospora 속의 종들이 전체 포자의 50~59%를 차지하는 중요 분류군임을 확인하였다.
Acaulospora 속의 우점현상은 지역과 기주 식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관찰되었으며 특히 Acaulospora mellea가 단일종으로서는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작지 토양에서의 선행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Funneliformis 속, Rhizophagus 속, Glomus 속 및 Ambispora 속의 종이 우점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비하여 산림토양은 Acaulospora 속의 종들이 우점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산림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목본식물 위주의 식생구조로 인한 종 수준에서의 선택압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의 자생지와 주변 기주식물의 근권 내 수지상균근균 종 다양성의 연구 결과, 기주식물의 다양성이 제한된 경우 근권내 독특한 수지상균근균 군집 종 구성을 갖는 것이 확인되었고 따라서 기주식물의 군집 다양성은 근권 내 수지상균근균의 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남과 경북 지역에서 수집한 수지상균근균 포자의 계통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계통학적?형태학적 특징을 갖는 Acaulospora sp.를 확인하였으며 이는 새로운 종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수지상균근균의 개체군 수준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지역의 산림토양으로부터 A.mellea 개체군을 추출하여 PCR RAPD 분석을 수행하였다. 전남과 경북의 6개 지역의 18개 근권 토양의 A.mellea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 개체군 내 유전적 다양성은 포자 군집의 종 다양성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근권 간 물리적 거리에 따른 RAPD 패턴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체군 수집 지역의 생태적 환경과 기주식물의 종류도 A.mellea의 RAPD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수지상균근균의 개체군 수준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이 기주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유전자형의 수지상균근균 균주를 이용하여 식물 생장 실험을 수행하였다. Root Organ Culture를 이용하여 서로 다른 유전자형을 갖는 Rhizophagus clarus 균주를 배양한 후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식물에 접종후 배양하여 식물 생장 효과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균근균의 접종은 기주식물의 생장량(dry weight), 지하부와 지상부의 비(root:shoot ratio), 잎, 꽃 및 열매의 수와 식물체 인산(total P)과 질소(total N)의 함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만, 서로 다른 유전자형의 균주는 식물 생장에 서로 상이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동일한 유전자형의 균주도 기주식물의 종류에 따라 생장량 효과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균류와 기주식물 간의 상호작용에는 종 이하 수준 즉 특정 유전자형에 대한 선호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일 개체군 내 유전적 다양성에 의해 기주식물에 미치는 생장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은 앞으로의 수지상균근균의 연구 방향이 단순한 종 수준의 다양성을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하고 유전적 다양성의 변화를 가져오는 선택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전남과 경북의 산림 토양이 A.mellea를 포함한 Acaulospora 속에 우점되어 있음을 밝혔고, 실제 근권에서의 종 다양성보다 개체군 내 유전적 다양성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는 것과 지역에 따른 유전적 다양성의 패턴이 물리적 거리와 내륙 지방과 해안지역이라는 생태적 환경 조건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수지상균근균은 동일한 종이라고 하더라도 식물의 생장에 서로 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수지상균근균은 적은 수의 종으로 서로 다른 생태계의 근권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다양한 식물과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여기에는 이들의 높은 유전적 다양성에 기초하는 진화적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기주식물과의 상호 작용의 바탕이 되는 수지상균근균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유전자형 수준에서 나타나는 기능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의 수지상균근균의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유용 미생물로서의 이용가치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