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급격하게 증가하는 암종이며 저위전방절제술은 직장암의 표준치료로 직장암을 진단받은 대다수의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다. 저위전방절제술을 받은 후 90%에 이르는 환자들이 증상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수술 후 잦은 배변, 급박감, 잔변감, 변누출, 변실금 등의 증상이 중복적으로 나타나는 저위전방절제증후군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저위전방절제술 환자의 삶의 질에 현저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배변이라는 지극히 노출하기 꺼려하는 개인적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양적 연구로는 환자의 경험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로서 저위전방절제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의 질병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도되었다.
연구참여자는 저위전방절제술을 받은 후, 3개월이 경과하고 5년 미만인 직장암 환자 11명으로, 개별 심층 면담을 통해 질적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MAXQDA 10 질적자료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Colaizzi (1978)의 방법에 따라 분석하였으며 Merleau-Ponty (1945/2002)의 몸의 현상학의 견지에서 기술되었다.
본 연구 결과 저위전방절제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의 질병 경험에 대해 5개의 주제모음과 10개의 주제로 도출하였다.
1) 제 1주제 모음인 “송두리째 빼앗긴 몸”은 참여자가 직장암을 진단받고 저위전방절제술을 받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경험으로, 직장암으로 인한 이상증상을 간과하다가 갑작스런 직장암 진단으로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수동적인 치료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소중한 몸의 배반’, ‘몸에 대한 주도권 포기’와 같은 주제로 나타났다.
2) 제 2주제 모음인 “객관화된 몸”은 저위전방절제술 직후의 경험으로, 참여자는 수술 후 과거의 건강했던 삶으로 온전히 돌아갈 것을 기대한다. 이는 ‘몸에 대한 주도권 복귀’와 같은 주제로 나타났다.
3) 제 3주제 모음인 “배변에 구속된 삶”은 저위전방절제증후군에 대한 경험으로 수술 후 배변 통제력을 잃으면서 겪게 되는 부정적인 신체적ㆍ정서적ㆍ사회적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배변에 대한 통제권 상실’, ‘기력회복과 통증 사이의 딜레마’, ‘남모르는 고통 속의 고독감’과 같은 주제로 나타났다.
4) 제 4주제 모음인 “새로운 삶을 향한 고군분투”는 참여자가 손상된 현재의 몸으로 세계로 기투하기 위해 현재의 몸에 집중하고 적응해나가는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고통감수를 통한 몸과 마음의 치유’, ‘익숙해져 가는 새로운 생활’과 같은 주제로 나타났다.
5) 제 5주제 모음인 “실존의 본질에 대한 자각”은 참여자가 본인의 질병경험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실존을 이어주는 긍정의 힘’, ‘삶과 죽음의 통찰’과 같은 주제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저위전방절제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의 질병 경험의 핵심은 갑작스런 직장암 진단 후 마치 암 치료의 해일에 삼켜진 듯 수동적으로 휩쓸린 직장암 치료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수술 후 손상된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현재의 몸에 상응하는 자신만의 전략으로 새롭게 세계를 구조화하고 의미를 성찰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직장암 환자의 암 진단에서부터 저위전방절제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과, 그러한 고통 속에서 손상된 자신의 몸을 새로운 자아로 받아들이는 삶의 경험을 기술하였다. 이는 대상자들의 질병경험을 단순한 신체 증상의 나열이 아닌, 메를로 퐁티의 몸의 현상학에 기초하여, 대상자들의 언어적 표현으로 총체적이고 실제적인 이해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직장암 환자의 저위전방절제술과 관련된 질병경험에 대한 의료진들의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