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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목적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온 아내학대에 대한 관점을 아내학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내부자적인 관점을 이해하고, 피해여성을 돕는 활동과 관련된 생존자들의 경험을 이해하는데 있다. 연구질문은 “아내학대 피해여성을 돕는 생존자의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는 무엇인가?”이며, 아내학대 생존자의 내러티브를 연구하기 위해 Clandinin과 Connelly(2000)의 내러티브탐구방법이 적용되었다. 내러티브탐구에서는 연구자와 연구참여자가 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연구참여자의 경험적 현실을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아내학대 실천가들에 의해 소개받았으며, 세 명의 참여자들은 결혼생활에서 다년간 아내학대 피해를 겪었고, 현재 다른 아내학대 피해여성들을 돕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결혼생활에서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생존자들의 내러티브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아내학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수집된 자료는 연구참여자들과의 심층면담,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글, 가정폭력 관련 전문가 5명과의 전화통화 및 인터뷰에 대한 연구노트, 연구참여자들이 활동하는 현장(상담소, 쉼터, 단체 등)과 생활환경에서의 관찰, 메모, 가정폭력 관련 기사나 여성단체의 소식지 스크랩과 이에 대한 성찰내용이 포함되었다.
연구목적에서 제시된 것처럼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온 아내학대 생존자 관점에 대한 참여자들의 내부자적인 관점을 연구하였다. 참여자들에 의하면 ‘생존자’는 매우 ‘생소’한 용어였으며, 자신의 아내학대 피해경험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중압감’, ‘비참한’, ‘슬픈’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서구와 우리사회의 아내학대 생존자 관점이 형성된 과정과 생존자라는 우리말과 survivor 간의 언어의 다름에서 기인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아내학대 생존자의 내부자적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논의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음으로 아내학대 피해여성을 돕는 생존자들의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서비스를 받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온 아내학대 생존자들이 다른 피해여성을 돕는 경험을 연구하였다. 내러티브탐구는 경험의 시간, 공간, 상호작용의 삼차원적 탐구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는 성장과정과 결혼생활의 주요 주제가 연대기적으로 기술되었고, 아내학대 피해여성들을 돕는 생존자들의 내러티브는 아내학대 피해경험과 아내학대 피해여성들을 돕는 경험에 대한 성찰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아내학대는 연구참여자들에게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 행복추구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삶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들의 생애사는 그들이 가족의 생계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왔음을 보여주었다.
결혼생활 초기부터 시작된 남편의 폭력을 연구참여자들은 ‘관심’, ‘술’문제로 인식했다. 그런데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는 빈도가 잦아졌으며, 연구참여자들은 남편의 폭력행동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폭력은 ‘밑도 끝도 없이 벼락맞은 꼴’, ‘지옥’과 같았으며, 이와 관련된 주요 내러티브는 ‘남편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린 삶’, ’추풍낙엽‘,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한심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내학대 피해경험과 자신에 대한 내러티브는 변화되었다. 학대적인 남편을 떠난 이후 생존자들의 내러티브는 ‘남편을 벗어난 순간, 나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 ‘그런대로 잘 살았네’, ‘내가 그런대로 잘 결정을 해 왔구나’로 재구성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연구참여자들이 아내학대 피해경험과 자기 삶에 대한 의미와 정체성을 동일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참여자들은 쉼터 입소와 피해여성을 돕는 일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삶을 표현하는 이야기도 변화되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쉼터는 ‘유토피아’,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숨통을 트이게 해 준 고마운 곳‘, 세상을 알게 해 준 ’별천지‘와 같았으며, 이곳에서 자신을 도와준 실천가들은 새로운 부모와 같은 존재였다.
쉼터를 퇴소한 연구참여자들은 아내학대 피해여성을 돕는 일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아내학대 피해경험은 ‘겪을 것 다 겪어 봄’, ‘인생을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밑거름’, ‘모든 것을 왔다 갔다 한 경험’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아내학대 피해여성을 돕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아내학대 피해경험에 대해 말하기가 어려웠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앞으로의 30년을 바라보며 이 사회의 시니어로서 역할’, ‘전문가 중심 실천에 대한 수용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