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돌봄 특히, 성인자녀에 의한 부모 부양 행위는 효(孝) 규범에 기초하여 그것의 규범적 정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는 부모에 대한 부양 행위를 규범적으로 정당화시켰던 효 규범의 변화를 야기하였고, 이러한 규범적 변화는 더 이상 노부모 세대가 자신들을 위한 성인자녀의 부양 행위를 효 규범에 기초하여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대두시켰다. 한편,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양육 시설 내에서의 아동 학대 문제는 조부모에 의해 행해지는 손자녀 돌봄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본 연구는 조부모에 의해 행해지는 손자녀 돌봄과 성인자녀에 의해 행해지는 부모 부양에 초점을 맞추어 세대 간의 장기적 호혜 관계를 기초로 한 돌봄 교환의 성립 여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손자녀 돌봄과 부모 부양의 영역에서 여성으로서 모(母)가 갖는 의미를 고려하여 모에 초점을 두었고, 과거 모에 의해 수행된 손자녀 돌봄이 이후 성인자녀의 부양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의 수행을 위해 모에 의해 수행된 손자녀 돌봄은 그것의 행위 유무와 손자녀 돌봄을 위해 투입된 시간적 양을 함께 고려하였고, 성인자녀에 의해 수행된 부양 행위는 그동안 전형적인 부양 행위로 여겨져 온 동거 부양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서적, 신체적 부양 행위를 포괄적으로 함께 고려하였다.
더불어, 본 연구에서는 모(母)가 다수의 자녀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모와 각 성인자녀 간의 관계를 일대일(one-to-one) 대응의 관계로 구성하였으며, 다수의 자녀가 한 명의 모 내에 속해 있는(nested) 위계적인 관계 구조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수준 분석(multi-level analysis) 방법을 사용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목적이 장기적인 시간적 범위 내에서 모(母)의 손자녀 돌봄이 성인자녀의 부양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임을 고려하여 종단 자료인 고령화연구패널조사의 1차 연도(2006년도)부터 4차 연도(2012년도)까지의 자료를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위와 같은 연구의 목적과 연구 설계를 통해 본 연구에서 산출한 결과들을 요약하여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과거에 발생한 모(母)의 손자녀 돌봄은 이후 모에 대한 성인자녀의 동거 부양 행위의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정서적 부양 행위의 수준 또한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손자녀 돌봄 지원 시간 역시 그것의 증가에 따라 모에 대한 자녀의 동거 부양 가능성이 증가하고, 정서적 부양의 양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동거 부양과 정서적 부양과는 달리 경제적 부양의 경우에는 과거에 발생하였던 모(母)의 손자녀 돌봄 요인들이 이후 모에 대한 성인자녀의 경제적 부양 행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신체적 부양의 경우에는 모에 의한 손자녀 돌봄 요인들이 성인자녀의 신체적 부양 행위에 부적인(negative)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들을 통해 본 연구에서는 세대 간의 돌봄 교환에 있어서 사회 교환 이론이 제시하는 호혜성의 규범(norm of reciprocity)과 공정성의 규범(norm of fair exchange)이 작동하고 있음을 제시하였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돌봄을 통한 세대 간의 장기적인 호혜 관계의 성립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논하였다. 더불어 위와 같이 산출된 결과들과 그에 대한 논의들을 기초로 하여 이론적 및 실천적,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