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OECD 건강 통계 2015’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2.0명 보다 2.5배가량 높다. 1985년부터 자살률 추이를 살펴보면 OECD 국가 대부분은 점차 줄어들지만, 한국은 2000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4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 가운데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연령분포가 80세 이상의 후기고령노인으로 드러났고, 90세 이상의 자살 사망률도 129.1명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이를 타 연령층과 비교하면 청소년의 자살률은 OECD평균과 거의 비슷하나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최근 20년 동안 5.5배 증가하였으며 80세 이상의 경우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후기고령노년층 자살증가율이 국가 전체 자살률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 심각한 일은 자살을 한 사람보다 그로 인해 영향을 받아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인데, 실제적인 통계에 나타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수는 자살한 사람의 10-20배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자살예방협회(2011)가 미국, 영국, 호주 등과 한국의 우울증, 자살 상담과 예방 프로그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 대한 관리 수준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게다가 자살과 자살시도는 생명의 상실, 신체적 손상과 의료적 비용, 슬픔과 고통의 확산, 가족과 지역사회의 해체의 견지에서 엄청난 사회적비용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한편, Schneidman(1993)은 자살자들의 심리적 경험 배후에는 자살행위를 이끌어내는 내적 요인들이 있으며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이러한 자살자의 심리적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였다. Walsh(1998)는 레질리언스를 정신적 외상이나 역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유용한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생존의 개념을 포함하여 괴로운 시련을 통과하거나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자살위험성을 지닌 후기노년기의 모든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는 자살 고위험군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살위험성을 지닌 후기고령노인이 어떻게 역경이나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잘 견디며 극복하고 자살생존자로서 여생을 살아가는 것일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신보건복지 실천가들은 현장에서 대상자의 병리적 문제 중심보다는 그들의 강점과 잠재력을 믿고 일하는 것이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자살시도를 경험한 75세 이상의 후기고령노인의 레질리언스에 대한 내용, 과정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실체이론(substantive theory)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한 자료 수집 기간은 2016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였고, 서울지역 00구에 거주하는 자살시도 경험 후기고령노인의 레질리언스 경험을 보다 풍부한 정보제공을 해 줄 수 있는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고자 Strauss와 Corbin(1998)이 제시한 이론적 표본추출(theoretical sampling)을 하였으며, 16명을 최종 선정하였다. 자료 분석은 16명의 자살시도를 경험한 후기고령노인의 레질리언스 과정을 개방적 심층면접, 현장 메모, 기록 등을 통해 탐색한 후 Strauss와 Corbin(1998)의 근거이론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핵심범주는‘죽음의 늪에서 벗어나 자식들 생각에 긍정의 힘을 발휘함’으로 구체화 되었다. 자살시도 경험 후기고령노인의 레질리언스 과정은‘고난과 역경의 시기’,‘심신의 무력감과 한계’,‘양가감정에서 갈등’,‘레질리언스 발휘’4단계의 과정으로 나타났으며, 범주간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진술문을 근거로<죽음의 늪에서 벗어나 자식들 생각에 긍정의 힘을 발휘함>의 유형을 확인한 결과‘소극적 대처형’,‘회복 의지형’,‘현재 극복형’3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급증하는 노인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각적으로 검토되어 우리사회에서 후기고령노인이 의존 자나 무력한 존재, 복지의 대상층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제고 되어야 하며, 자살시도 경험 후기고령노인의 레질리언스에 대한 이해와 관점으로 노인정신건강증진과 노인복지 실천의 방향제시에 함의를 가진다. 후기고령노인의 자살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노인자살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들의 수면 아래 숨어있는 후기노년기의 죽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불행한 죽음방식에 대한 심층적 반성에 대한 후속연구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