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가타리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작중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서는 작중인물들의 인간관계가 평면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표현구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면서 복잡하고도 다채롭게 전개된다. 또한 『겐지 모노가타리』에 나타나는 작중인물들의 인간관계는 작품의 전개방법이나 전개방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다.
『겐지 모노가타리』정편은 히카루겐지(光源氏)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사랑과 영화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으며, 속편은 겐지의 자식들의 사랑의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 「꿈의 부교(夢浮橋)」권은 『겐지 모노가타리』의 마지막 여주인공인 우키후네(浮舟)가 자신을 찾아온 가오루(?)와의 대면을 거부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끝난다. 또한 「겨우살이(宿木)」나 「하루살이(??)」등 가오루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속편의 주요 전개를 고려했을 때, 제3부를 가오루를 중심으로 하여 그와 관계를 맺은 여인들이 그에게서 떠나가는 이야기로 보고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히카루겐지를 중심으로 작품을 풀어내려고 한 여러 선행연구들은 주인공 히카루겐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겐지 모노가타리』연구사를 이끌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도 일정 부분 방법론을 차용한 인물조형론을 시작으로 왕권론(王?論), 귀종유리담(貴種流離譚), 이로고노미론(色好み論) 등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주인공을 이해하려고 한 연구들은 히카루겐지상을 확장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이해를 더욱 깊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여러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히카루겐지와 가오루라는 두 주인공과 이들을 둘러싼 여인들과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겐지 모노가타리』의 기둥줄거리는 히카루겐지(光る源氏) 즉 황통의 계승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미질을 지닌 주인공이, 천황이 아닌 신하로서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영화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작품에는 특히 히카루겐지와 관계를 맺는 다양한 개성적인 여인들이 등장하여 히카루겐지와의 사랑의 관계를 통해 작품세계를 형성해 간다. 이와 같은 히카루겐지를 둘러싼 인간관계가 작품의 근간을 이루면서 히카루겐지의 영화달성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히카루겐지와 관계를 맺는 여인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나 내면세계는 겐지와의 관계 속에서 다채롭게 형상화됨으로써 작품의 구상이나 구성, 주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된다.
히카루겐지의 사랑의 인간관계가 작품세계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만큼, 주인공의 인물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주인공을 둘러싼 사랑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읽어낼 필요성이 대두된다. 히카루겐지에게 있어 <사랑>은 히카루겐지의 생의 원동력인 동시에, 히카루겐지는 사랑의 관계를 통해 『겐지 모노가타리』이전 작품의 주인공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해낸 것이다.
『겐지 모노가타리』에서는 히카루겐지와 가오루를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 그 중 많은 여성인물들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도심(道心)을 품거나 출가를 이루거나 한다. 도심이란 불도 수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의미하며, 출가의 전제가 되는 신앙심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히카루겐지의 경우는 후지쓰보(藤壺)와의 밀통으로 인해 레이제이 천황(冷泉帝)이 탄생한다는 사랑과 죄악(罪)의 문제가 그의 인생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히카루겐지의 도심은 사랑의 인간관계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영화의 양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속편의 가오루는 제3부에서 처음 등장하는 시점부터 도심을 표방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우지(宇治)의 여인들과의 사랑에 휘말리면서 도심이 흔들리게 되는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 가오루의 사랑과 도심의 문제는 제3부의 작품 전개방향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히카루겐지와 가오루의 인간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사랑과 도심이라는 작품의 구성요소에 주목하였다. 작품의 표현구조와 전개방법과의 연관성 속에서 정편과 속편의 주인공이 여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