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초록


도시의 역사적 환경에서 역사적 맥락과 조화로우면서 그 시대를 대변하는 현대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실현한다는 것은 모든 도시에서 중요한 이슈다. 국내외의 다양한 유산보존 그리고 도시보존 정책들은 도시역사환경 내 지어지는 현대건축물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와 유도 수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어떤 건축물은 호평을, 그리고 어떤 건축물은 혹평을 받는다. 도시역사환경의 관리에 대한 수많은 기존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시역사환경에서의 ‘조화로운 디자인’에 대한 실체는 밝혀진 바가 미흡하고, 그 연구 결과도 도시역사환경 내 현대건축물의 디자인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구체적 내용으로 연결되기 어려웠다. 이에 본 연구는 주요 세계 도시역사환경 내 지어진 현대건축물의 최근 사례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현장의 실증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도시역사환경 내 조화로운 현대건축물의 특징을 정성적으로 밝혀냄으로써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관련 기록 및 문헌 분석, 그리고 실증적 사례 분석을 연구방법으로 취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 사용된 연구 방법은 문헌분석, 다중사례연구, 현장조사, 전문가 인터뷰다. 본 연구는 유럽과 일본, 한국의 도시 13곳에서 추출된 24개의 사례를 대상으로 도시·가로경관, 건축물 디자인 요소, 사회·문화 가치 및 과정의 세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발견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도시 역사문화환경 내 현대건축물이 지어질 때, 유산의 강도와 역사적 맥락의 밀도가 낮은 곳에 위치할수록 역사문화환경의 맥락과 특성을 유지하고자 규제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더욱 강하고 세세한 디자인 규제를 적용받으며, 전통적 요소 구현에 대한 권고도 지속적으로 받는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 맥락의 밀도가 낮은 곳일수록 현대건축물이 지속적으로 지어졌을 때 장소적·역사적 특성이 소실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고자 한 의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결국 역사적 맥락의 밀도가 현대건축물의 compatibility를 위한 규제의 정도에 더 주요하게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도시역사환경의 맥락에 compatible한 현대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과 유사한 높이 및 매스 분절 요소가 가장 우선적으로 작동하는 조건이다. 그리고 건물의 재료가 매우 현대적이고 이질적이더라도 색채의 톤을 주변과 맞춤으로써 compatibility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사례 11개가 모두 주변과 높이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스의 분절은 규모가 주변보다 큰 경우 대부분 분절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해외연구에서 역사적 맥락에 compatible한 디자인 요소로 규명된 여러 요소 중 높이, 매스, 색채가 한국에서도 우선 순위 요소로서 어느 정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관행을 따르면 소위 조형적으로 조화롭지 못하다고 평가받을 현대건축물도 지역 공동체의 디자인 합의과정인 ‘절차’를 통해 ‘조화롭다’고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절차’ 또한 역사문화환경 내 현대건축물의 compatibility를 결정하는 제 3의 요소로 매우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한편, 본 연구는 한정된 대상지와 건축물을 대상으로 정성적 해석에 기반하여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바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정성적 연구의 특성상 객관적 판단을 유지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다는 점 역시 본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가 된다. 그러나 그동안 관념적으로 또 추상적으로 논의되어오던 도시역사환경 내 현대건축물의 compatibility 주제에 대해 최근 현장 사례를 실증 분석하여 그 실상을 구체화하고, compatibility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 요인을 도출한 점과 구성 요소들의 작동 구조와 위계를 발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의의를 지닌다. 또한 실증자료를 통해 도시역사환경 내 현대건축물의 조화로움에 대해 보다 진일보한 논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연구의 한계가 후속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보완되어 현재 도시보존 분야에서 지적되고 있는 역사도시경관적 접근방식의 현실적 해법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