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핵심감사제가 적용된 수주산업을 대상으로 핵심감사제의 유용성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2016년과 2017년에 핵심감사제를 도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감사시간이 증가하였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핵심감사제의 도입으로 인해 이익의 질이 향상되었는지를 분석하며,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정보비대칭이 감소하였는지를 살펴본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절벽’ 현상으로 인해 수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이 이슈화되었고, 이후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수주산업에서도 ‘회계절벽’ 현상이 연이어 발생함으로써 수주산업의 회계처리 및 회계투명성 문제가 주목받았다.
수주산업은 일반적으로 공사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며, 공사진행률을 산정하는데 있어 추정과 경영자의 판단이 상당부분 필요하다. 완벽한 추정은 불가능하다. 즉, 추정이 적정하지 않다면 적절한 공사진행률을 측정하지 못하게 되고, 잘못된 수익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추정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회계처리를 개선하고자 수주산업에 핵심감사제를 도입하였다. 핵심감사제는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핵심감사사항(Key Audit Matter, KAM)에 대하여 중점 감사를 수행하고, 핵심감사사항과 관련된 내용을 감사보고서에 서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수주산업의 특성상 공사진행률의 추정이 큰 문제이므로, 감사인은 공사진행률 추정과 관련된 부분을 수주산업 핵심감사사항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내용(선정이유, 감사절차, 감사결과)를 감사보고서에 보고해야 한다.
핵심감사제는 도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가 수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이 이슈화되면서 다소 급하게 도입된 점이 있다. 이로 인해 수주산업에 핵심감사제가 급하게 도입되어 효과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핵심감사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핵심감사제가 도입되면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회계정보와 위험요인들이 투자자에게 공개되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만 핵심감사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감사환경과 유사한 미국, 독일 등이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환경에서 핵심감사제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 증거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핵심감사제의 유용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핵심감사제가 감사시간, 이익의 질 및 정보비대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수주산업에 핵심감사제는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핵심감사제의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 분석기간을 2014년부터 2017년으로 설정한다. 또한 본 연구는 실험표본(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인 2016년과 2017년)과 대응표본(핵심감사제의 도입 이전인 2014년과 2015년)으로 분류하여 실험표본과 대응표본을 비교한다. 이때 본 연구는 감사시간 및 이익의 질 대용치인 재량적 발생액과 보수주의를 사용한다. 정보비대칭의 대용치는 일별주식수익률의 변동성과 비기대수익률의 변동성이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감사시간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이익의 질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핵심감사제를 도입한 이후 재량적 발생액의 절댓값이 감소하며, 회계처리의 보수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셋째,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정보비대칭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별주식수익률의 변동성 및 비기대수익률의 변동성은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더 낮게 나타나고 있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는 시계열적인 특성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횡단면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비수주산업에 속하는 기업에 비해 수주산업에 속하는 기업에서 핵심감사제의 도입 이후 감사시간이 증가되었고, 이익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정보비대칭이 감소되었다는 결과를 발견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사업영위형태에 따른 핵심감사제 도입효과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감사시간 및 이익의 질 측면에서 핵심감사제 도입의 긍정적인 효과는 용역형 수주산업보다 건설형 수주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정보비대칭 측면에서 핵심감사제의 도입효과는 사업영위형태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본 연구의 공헌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핵심감사제의 도입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된다. 핵심감사제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은 주로 설문연구로 수행되었으며, 실증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핵심감사제가 도입되면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회계정보와 위험요인들이 투자자에게 공개되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핵심감사제가 급하게 도입되어 효과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감사보고서에 핵심감사사항을 작성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만 추가적으로 더 들어가며, 정보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감사제의 유용성을 분석한다는 것은 실무적·학문적으로 의의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본 연구는 핵심감사제의 도입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실증적 증거를 통해 부정적인 의견과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는데 공헌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핵심감사제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핵심감사제의 시행 및 정착을 위한 제도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와 제도적, 법률적 환경이 다른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핵심감사제를 수정하여 도입하였다. 국내 실정에 맞춰 수정하였으나 국내에서도 핵심감사제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한 실증적 증거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핵심감사제의 도입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이와 같은 공헌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있다. 본 연구는 수주산업 핵심감사제의 도입 초기의 연구로 인해 한정된 표본을 이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결과에 편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점으로 보완하고자 비수주산업을 포함하여 확장된 표본으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확장된 표본에서도 핵심감사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 연구는 이익의 질 대용치 및 정보비대칭의 대용치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측정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다양한 측정치를 사용하여 가설을 검증하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