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미얀마의 따낫핀, 동파운지 2개 마을을 대상으로 사회연결망 분석을 통해 주민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2012~2021)의 성과를 사회적 자본, 거버넌스, 지역사회 권력구조 변화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주민 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은 정부나 공공기관 혹은 마을 주민이 아닌 제3자의 기구를 통해 추진되었던 종래의 지역사회개발사업과는 달리 주민들에게 사업주도권을 부여하고 주민참여에 기반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주민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은 전통적인 ODA 사업방식과도 달라서 주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사업추진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민 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은 주민참여, 주민조직화, 주민교육 등을 통해 우선 주민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사업성과와 연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둔다.
주민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의 특성은 주민들의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사업을 추진할 새로운 지도자를 선발하고, 사업을 추진할 조직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다른 두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지도자와 조직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그 과정과 현재 상황을 사회연결망 기법을 활용하여 분석하고 두 마을의 사업성과와 비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위해 이 연구는 연결망 분석을 통해 마을 전체적인 연결망 구조적 특성과 노드 및 링크 수준의 특징을 파악하고 하위집단을 도출하였다. 주민들의 연결망은 신뢰, 호혜, 접촉, 정보 공유 등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구조적 특성을 보여준다.
연구 대상인 두 개의 마을은 미얀마 양곤 주에 속하고, 비슷한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현재까지 주민주도의 원칙 하에서 사업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두 마을을 단순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다. 즉, 따낫핀은 소규모의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 마을이고, 동파운지는 인구 및 가구 수가 많고 면적이 넓으면서 주민 교육수준도 높고 주민 다수가 상업에 종사하는 도농복합형의 대규모 마을이다. 또한 따낫핀은 현재까지 마을 내 권력구조의 큰 변화 없이 사업 초기의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으나, 동파운지는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 권력 구조의 변화를 여러 차례 겪었다.
따낫핀 마을의 네트워크 형태는 단일 허브형 네트워크로 중앙집중 체제와 같이 단일의 허브에 노드들이 집중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파운지 마을은 다차원 허브형 네트워크로 다수의 허브 노드들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결집되어 있는 형태의 네트워크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한 따낫핀 마을 연결망은 동류성 네트워크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외부의 자극과 같은 특정 원인에도 네트워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지닌 구조이다. 반면, 동파운지 마을은 비동류성 네트워크로 하나의 허브에 여러 노드들이 붙어 있어 허브가 사라지면 작은 노드들이 분리되어 전체적인 구조가 손실을 받게 된다.
따낫핀 마을의 신뢰, 호혜, 접촉, 정보 연결망 분석결과 높은 영향력을 갖는 행위자는 새마을회장, 이장, 부녀회장, 마을 자문위원, 협력관, 협동대 총장 등이다. 이중 특히 새마을회장은 모든 연결망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노드로 확인되어 마을 구조 속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동파운지 마을의 연결망 분석결과 가장 영향력이 높은 노드는 마을이장, 유치원 사업위원장, 기금위원장, 마을장례위원장, 등으로 확인되었다. 조사 당시 새마을회장이 선출되기 전으로, 전임 회장도 중요 행위자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집단 분석에 있어 따낫핀 마을은 동파운지 마을에 비해 전반적으로 모듈성 값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동파운지 마을이 따낫핀 마을에 비해 다수의 하위집단이 식별되었다. 이는 마을 주민의 의견을 모아 공동사업을 추진하는데 집단별 이해관계를 조정할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뜻한다. 마을에 대한 외부의 개입은 마을 내 권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두 마을에서 공통적인 것은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이 갈등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기존 마을의 권력구조 하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자리를 잡고 조직을 형성하여 마을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낫핀 마을에서 마을지도자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 둘째 마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한 점, 셋째 현지 사업관리체계인 협동대와 협력관과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점 등으로 나타났다.
주민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역량강화에 기반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마을 공동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마을의 소득증대와 환경개선 및 나아가 자립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주민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은 주민들이 주도권을 갖고 자기 마을의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주민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사업계획을 수립 및 실행하여 사업 전 과정을 주도한다.
이 연구 결과의 정책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 주도형 지역사회개발사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마을 내부의 연결망 구조 속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둘째, 사업현장과 근접한 거리에서 주기적으로, 장기적으로 마을을 방문하고 주민과 소통하며 사업진행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선량하고 역량 있는 사업관리자의 존재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사업관리자란 지방정부 공무원일 수 있고, 사업 지원기관의 파견 협력관 혹은 제3의 전문가일 수도 있다.
셋째, 지역사회개발사업은 마을의 사회, 경제, 문화적 특성과 규모 등 공간현상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마을은 전체적으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적용되기 어려워 마을 공동의 이익과 관련한 논의가 어렵다. 따라서 인구규모가 큰 마을에서는 사업 구상 시부터 인구 수, 형성배경(자연부락 혹은 조성마을 등)에 따라 적정규모로 분할하여 사업비를 지원하고, 각기 마을지도자를 선출하여 사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형적인 농촌 마을, 도농복합형 마을 등 마을의 경제기반을 반영하고, 미래의 공동이익을 위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발굴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공동의 이익을 도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추동력은 공동체 인식이다. 이러한 공동체 인식은 이 연구의 핵심 용어인 신뢰, 호혜, 접촉, 정보 공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연구의 이론적, 실천적 가치이고 또 추가적 연구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다섯째, 주민들이 지역사회개발사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업비를 종잣돈으로 활용하여 마을 내 기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방식의 구현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사업비를 대여하고 종료 후 상환하게 하여 다른 주민들이 순차적으로 혜택을 보는 방식이 동일한 사업단위인 마을 공동체 형성에 중요하다. 즉, 마을 공동체는 사업으로부터의 수혜자를 확대하면서 형성, 유지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마을 내 신뢰와 호혜, 주민접촉 및 정보의 공유 등 사회적 자본과 전통적인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