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디자인의 표현에 있어서 우리는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감정들을 마주하고 경험하며, 그 공간적 경험과 대상을 신성하다고 인식하거나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 연구는 신성함에 대한 이해가 인류의 발전과정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사용되어졌는지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 신성에 대한 표현이 공간디자인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인스톨레이션 공간을 통해 연구함으로써 신성의 인식이 종교적 인식에서 나아가, 공간디자인의 보편적 표현의 방법으로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갖는다.

본 연구의 신성(神聖) 개념은 비교종교학의 개념을 통하여 이해되고 있다. 신성함에 대한 관념적 이해는, 좁게는 종교의 신앙과 교리적 차원에서 이해하려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신성의 의미는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사회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도 이해되었으며, 20세기에 와서는 비교종교학 차원의 이해로서 파악되며 인간의 보편적 고유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성함에 대한 인식과 표현은 합리적 이해의 영역을 넘어서, 비합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물질문명과 과학발전의 흐름 속에서 지속된 생명력을 가지고 현재에도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인간의 과학적 발전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간성의 상실이나, 원초적 회기의 요구들 속에 신성에 대한 의미는 강조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신성(神聖)의 개념적 범위 설정을 함에 있어, 신의 성격으로서 이해되는 신성(神性)과 구분하여 신성(神聖)을 다룬다. 성스로움으로 해석되는 종교적 신성(神聖/Sacred)은 고대의 개별 신앙들이나, 집단이익을 바탕으로 이해되는 사회학적 신성화 경향 등과 구분되어 이해되는 개념으로서, 19세기 후반 신학과 분리되어 종교의 보편적 속성을 연구하며 시작된 종교학을 통해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이 갖는 보편적 개념으로서 신성을 독립적으로 연구한 비교종교학자 루돌프 오토와 멀치아 엘리아데의 개념은 현대 종교학의 신성 개념을 규정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신성의 개념을 연구한 두 종교학자는 공통적으로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신성을 탐구함으로써, 종교적 인간이 인식하는 신성을 동서양의 포괄적 이해를 통해 특정 종교에 얽매임 없이 보편개념화 하였다. 종교성은 인간 삶의 제반 문제에 대하여 궁극적인 해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원적 성품의 발로로 이해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자는 기존의 신성(神聖/Sacred)이 갖고 있던 관념적 개념 특성들을, 본 연구에서 본래의 개념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의미들과 고대의 대표적 공간사례들을 통해 공간적 의미로 우선 파악하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도출된 개념들을 공간적 키워드이자 분석언어로서 구체화 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신성을 공간적으로 드러냄에 있어 고대의 사례들이 서로 다른 비중으로 특징적 요소들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자는 신성의 공간적 구조를 더 세부적으로 파악하기에 앞서 종교학에서 관념적으로 다루어진 신성 개념들의 공통된 인식들로서 양가성(兩價性)과 자류성(自流性), 분리성(分離性)을 신성의 공간적 구조의 대분류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공간적 의미의 세부적 내용들을 분류하며 파악하고 있다.

도출된 신성의 공간구조와 언어를 다시 사례를 통해 분석하기 위한 대상으로서 연구자가 선택한 인스톨레이션 공간은 신성의 공간적 특성을 파악하기에 유용한 대상으로 이해되었다. 현대미술의 주된 표현방식이 된 인스톨레이션은 현대에 와서 전통적인 종교 이미지나 언어로만 표현될 수 없게 된 신성을, 우상을 숭배하거나 종교 예술로서 표현시켜야 할 책임에서 자유로워 진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공간적 방식으로 표현되어 졌다. 이들 작가는 신성을 표현해 온 과거의 미술가들과 달리 종교적 모습이 아닌 자신의 방식대로 작품에 스스로의 종교성을 선포해 왔고, 우주와 무의식 등에 결코 수동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형식의 파괴와 무정형, 물질의 기본 양태에 대한 선호를 보이며 물질과 공간을 신성의 결과로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공간적 예술의 표현은 건축이나 디자인에 비하여 선제적으로 관념적 이해를 공간화 하며, 근래에는 공간디자인의 연구 대상으로서 이해되고 있기도 하다. 본 연구는 현대 인스톨레이션의 대표성을 규정하기 위해, 세계적 권위의 영국왕립예술학회가 작가의 전 생애를 평가하여 선정하는 멤버쉽인 RA(Royal Academicians)의 현재 구성원 중 학회의 도움으로 선정한 작가와 작품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였으며, 그 분석방법에 있어 작품의 성격을 파악하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빅데이터 분석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선정된 분석 작품들에는 이미 작가들의 국제적 인지도와 미술계에서의 관심으로 인해 방대한 양의 관련 텍스트들이 존재하기에, 연구자는 전 세계의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평론과 칼럼 및 기사, 작가의 인터뷰 등을 빅데이터 수집방법인 크롤링을 통해 수집하고, 이를 신성의 공간적 구조와 언어로 분석하여 데이터화 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일반인의 블로그나 SNS의 데이터는 배제하고, 주로 전문성을 가진 매체와 기관, 미술관과 갤러리 등에 의해 생성된 텍스트에 기반 하도록 하여, 빅데이터로서 수집된 작품의 이해와 해석이 실제 작품의 표현으로서 파악되고, 신성의 공간적 구조와 언어로서 작품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알맞도록 하였다.

6명의 작가, 47작품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분석 결과는 신성의 공간구조와 언어로서 도출한 키워드의 출현 빈도, 공간 구조에 따른 성향의 절대수치와 상대 수치 등으로 구분되었고, 이는 다시 작품별 분석, 작가별 분석으로 세분화 되었다. 이 도출 결과는 작품을 공간디자인의 구성 요소를 통해 작품을 다시 분석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가 되었으며, 동시에 개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선행 되어야 할 작가별 신성에 대한 기본적 표현 성향을 파악하는 배경적 자료가 되었다. 이 자료는 신성의 개별 공간구조로 분석한 인스톨레이션 공간 작품이 특정 성격에서 더욱 두드러진 표현으로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인스톨레이션 공간의 신성적 표현 특성의 대표적 성격을 파악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인스톨레이션 공간 개념의 본래적 특성과 신성적 표현의 분석결과가 유사한 의미로서 해석됨을 알게 하였다.

연구자는 앞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작품의 신성적 특성을 공간디자인의 구성 요소와 관점으로 다시 세부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신성의 공간구조가 실제 공간디자인의 요소들을 통해 표현되는 방식을 파악하였고, 이 결과들을 종합하여 인스톨레이션 공간을 포함한 공간디자인의 보편적 구현에 있어 신성적 특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요약하였다. 이 결과를 통해 우선적으로 확인된 것은, 신성의 공간구조를 표현하는 데에 공간의 구조적 요소보다 비구조적 요소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이다. 실제 작가들은 인스톨레이션 공간에서 신성적 표현을 위해 공간디자인의 구성 요소 중 빛과 재료, 색채, 환경과 같은 비구조적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는 인스톨레이션 공간의 기본 개념에서 파악된 성향과 유사한 결과로서 이해될 수 있었다. 인스톨레이션 공간이 형식의 파괴와 무정형, 물질의 기본 양태에 대한 선호를 보이며 성현화 시키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 한 엘리아데의 이해와도 유사한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파악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공간디자인의 관점 안에서 신성적 공간 표현이 개별 요소들에 의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작품에 실제 적용된 사례를 통해 요약하였고, 각각의 신성적 공간구조의 표현에 있어 효과적인 공간 구성요소와 그렇지 않은 것들이 파악되게 하였다. 또한 사례로서 설명된 분석 내용을 공간적으로 일반화함으로써 연구의 결과가 보편적 공간디자인에서 신성적 표현을 하고자 할 때에 디자인적 가이드의 역할이 되도록 설명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인스톨레이션 공간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나아가 공간디자인의 표현과 경험에 있어 기존에 갖고 있던 신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구체화 하고 현실화 하는 의의로서 활용되고 향 후 연구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첨단화되고 현대화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신성에 대한 인식은 분명 합리화된 종교생활 영역에서 그 의미가 약화 되어 갈 수 있으나, 공간적 인식과정에서 보이는 인간의 보편적 경험과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이 갖는 보편적 개념으로서의 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연구된 신성적 공간 표현 특성을 통해, 연구자는 신성의 의미가 종교라는 영역에서 좀 더 자유롭게 이해되며 우리의 실질적 삶과 공간적 경험에 중요한 표현 요소로 이해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또한 향후 연구들을 통해 우리가 기존에 신성의 인식으로 생각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분야의 공간디자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연구될 필요성이 있음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