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저출산 추세 가운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출산율이 감소하여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 0.84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증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가 활동하고 길러지는 주거환경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의 3차 수정안부터 단순히 주택의 물량공급이 아닌 신혼부부와 자녀양육세대를 위한 맞춤형 주택공급을 계획하였고 민간 건설사에서도 아이와 부모들의 생활환경에 주안점을 둔 주택을 연구하여 공급하고 있다. 반면 학계에서 주거환경을 다룬 저출산·신혼부부·육아환경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그마저도 공간적 특성을 다룬 변수가 분석에 일부 포함되어 주거환경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연구는 그 수가 더 적은 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아이 키우기 좋은 주거환경의 공간적 특성을 실증하기 위해 국가기초구역이라는 미시적인 공간단위를 구축하여 수도권의 유아거주비율이 높은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를 위해 수도권의 아파트전수자료를 기반으로 독립변수를 구축하였고 각각의 아파트단지가 가진 속성을 국가기초구역단위로 평균화하여 최종적으로 결측치를 제외한 3717개의 국가기초구역을 대상으로 공간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아양육세대는 일정정도 높은 주택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대단지의 새로 지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분석 결과 유아거주비율은 세대수, 면적 당 가격 변수에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양육세대의 대단지 선호는 낮은 관리비, 시설 접근성, 학군 등 대단지가 가져다주는 규모의 경제 효과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연식은 낮을수록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10년 미만’, ‘10-20년 미만’ 순으로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20-30년 미만’에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 지은 아파트일수록 유아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둘째, 유아양육세대에게 주차환경은 단순 편의성 이상으로 중요한 선택요소로 나타났다. 유아거주비율과 세대 당 주차면수, 지하주차장 비율 모두 양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특히 주차면수 뿐만이 아닌 지하주차장비율이 높을수록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지상의 차량을 통제함으로써 얻는 단지 내부의 공원, 보차분리를 통한 안전성 확보와 같은 혜택을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판단한다고 해석된다.
셋째, 유아양육세대는 지나치게 작은 평수도, 큰 평수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0㎡ 미만의 초소형 면적과 105-125㎡ 미만의 중대형 면적은 유아거주비율과 음의 관계를 나타낸 반면, 40-60㎡ 미만의 소형 면적, 60-85㎡ 미만의 중소형 면적, 85-105㎡ 미만의 중형 면적과는 양의 관계를 나타냈다. 즉 유아양육세대는 지나치게 작거나 큰 주택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양의 관계를 나타내는 면적변수들도 면적이 넓어질수록 표준화계수는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 중요도가 점점 낮아지는데 이는 큰 평수에 비례하여 상승하는 주택지불가격이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유아양육세대는 자신들의 편리함보다 아이의 편리함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이 존재하고 초등학교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아거주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전철역과 통근거리는 오히려 멀어질수록 유아거주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역세권의 높은 지가의 영향과 더불어 유아양육세대가 자신들의 교통환경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보육·교육환경이 더 좋은 주거지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연구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정책 제안을 한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방식의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가격을 낮춘 대단지 아파트 공급, 기존의 주차면수가 충분한 아파트단지들에 대해선 세대 당 주차면수를 일정정도 줄이고 지상 공간 확보 권고,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해선 지하주차장 비율 100% 확보 의무화, 현재까지도 공급·분양되고 있는 신혼부부 대상의 40㎡의 초소형 면적에 대한 공급·분양 제한, 대단지 개발 시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 설치 의무화, 초등학교와 주거지와의 최대거리 기준 설정 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