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인간의 기대 수명이 크게 증가하면서 중년기를 연장해야한다는 논의가 확대되는 등 중년층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지만,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중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년층이 사회경제적 지위의 정점을 경험하는 시기인 만큼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안정적이라 전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중년층은 생애주기 상 가장 행복하지 않은 집단임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중년기에 직면하는 신체적 기능 쇠퇴, 은퇴로 인한 소득 감소와 사회적 관계의 축소 등의 복합적인 어려움은 이들의 행복감을 낮추는 원인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중년층 행복감에는 이러한 개인적 조건뿐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주거환경 역시 매우 중요하다. 어디에 사는가는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삶의 중요한 선택들을 조건지을 정도로 인간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풍부한 자원과 기회를 제공하는 주거환경은 은퇴 이후 줄어드는 역량을 보완하고 활동적인 노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긴요하다. 이처럼 주거환경은 중년층의 행복감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리라 생각되지만, 주거 관련 연구와 정책은 주로 주거 취약계층으로 여겨지는 청년층과 고령층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 정책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지금껏 거의 고려되지 않았던 주거 요인을 고려하여 중년층 행복감의 메커니즘을 이론적 모형을 통해 정립하고, 이를 구조방정식모형 분석을 통해 실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중년층 행복감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된 여타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도 주거 요인이 유의한 효과를 가지는지를 살펴보고, 주거환경을 주택여건과 근린환경으로 나누어 각각 어떠한 경로로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중년층의 행복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특히 주거와 관련한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는 중년층 행복감을 설명하는 사회학 이론을 참고하여 정립한 “교환-활동이론 모형”을 준거 틀로 삼아 “경제, 건강, 주거→사회관계만족도→자아존중감→행복감”의 인과관계를 설정한다. 이 모형은 주거와 행복감의 관계에서 사회심리적 요인의 매개효과를 검증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중년층 행복감의 영향요인 간의 인과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도 유용하다. 연구 대상인 중년층은 생애주기 특성상 삶의 각종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로 일상적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이때 사회적지지나 자아존중감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보고되기 때문이다.
실증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택여건만족도와 근린환경만족도는경제상태만족도나 건강상태만족도를 통제하더라도 중년층 행복감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주택여건만족도는 행복감에 직접적으로만 영향을 주는 반면, 근린환경만족도는 사회관계만족도와 자아존중감을 매개해서만 행복감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독립변수인 근린환경만족도,경제상태만족도, 건강상태만족도는 매개변수인 사회관계만족도와 자아존중감에 유의한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행복감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교환-활동이론 모형을 잘 지지했다. 셋째, 행복감에 미치는 독립변수들의 영향력 크기는 경제상태만족도, 건강상태만족도, 주택여건만족도, 근린환경만족도의 순이다. 이를 통해 중년층 행복감에 있어서 경제력과 건강상태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실천적 함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주택여건만족도는 사회심리적 요인의 매개없이 행복감에 직접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다른 변수들과는 별개로, 주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자체가 중년층 행복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택은 일생에서 가장 비싼 소비재로서, 경제적 여건이 최성기에서 하강기로 접어드는 단계인 중년기에 고가의 생필품인 주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는지는 이들의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은퇴를 앞두었거나, 노후를 준비하는 중년층이 경제적 안정기에 있을 때 적절한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한편 주택여건만족도와 달리 근린환경만족도는 행복감에 직접적인 영향은주지 않았고, 사회관계만족도와 자아존중감을 경유하여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리적 근린환경이 그 자체로 행복감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근린환경이 제공하는 시설과 서비스가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게 하거나 자아존중감을 높여주고, 이것이 다시 행복감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행복감과 주거환경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나 향후의 실제적인 주거 정책 모색에서 하나의 참조나 정보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학술적 의의로서 첫째, 본 연구는 중년층 행복감에 주거 요인이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는데, 주거 요인은 기존 연구들이 매우 소홀히다루어온 요인이다. 둘째, 지금껏 중년층 행복감을 설명하는 이론은 다소 부족하였는데, 본 연구가 정립한 교환-활동이론 모형이 잘 지지되는 것으로 나타나 중년층 행복감을 설명하는 하나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