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母國語를 달리하는 두 話者간의 전화앙케이트형식의 대화』분석의 세 번째 부분으로, 『앙케이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행되는 과정』의 發話행위 부분 중, 논증적 발화행위 부분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첫번째 부분은 『대화를 시작하는 ‘앙케이트 열기’와 대화를 종료하는 ‘앙케이트 마감하기’』에 관련된 發話행위 분석이고 (2005년 2월), 두번째 부분은 『앙케이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행되는 과정』의 發話행위 중 4가지 타입의 發話행위 분석이다(2006년 2월)). 본 연구는, 프랑스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과 프랑스인들과의 실제 대화를 자료군으로 수집하여 이들의 의사소통과정에서의 코드화encodage와 코드풀이decodage상태를 사회 언어학적, 화용론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것으로 연구의 대상은 서로 모르는 두 話者간에 앙케이트형식의 전화통화 방식의 대화를 택하였다. 즉, 送信者(enqueteur)인 프랑스인이, 受信者(enquete)인 한국인에게 전화를 거는 앙케이트 형식의 대화가 일대일로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한 것이다. 이미 앞선 연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화를 시작하는 ‘앙케이트 열기’와 대화를 종료하는 ‘앙케이트 마감하기’』의 發話행위 부분에 이어 『앙케이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전화앙케이트의 ‘受信者/응답자’라는 상황에서 ‘送信者/조사자’인 프랑스인에 대해 사회?심리학적차원에서 上位性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러한 ‘응답자’로서 ‘조사자’에게 나름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우위적 태도(‘jeu agonal’)는 논증적 발화행위부분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질문이나 의견에 대한 자신의 확인ㆍ확증이나 대조ㆍ대립 그리고 부정, 반박(confirmation, concession, refutation) 등 확고한 의사 표명을 보다 자신있게 나름대로 뚜렷하게 밝히려는 단호한 태도에서 그를 엿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사자’인 프랑스인이 ‘응답자’인 한국인들의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나 부족한 표현에 대해 스스로 알아서 이해하고 해석해야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이는 대화 자체가 ‘앙케이트’라는 사실에 중점이 되고 있어, 한국인들이 앙케이트에 임하는 ‘응답자’의 위치를 강조하고 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정, 반박, 반론 등의 논증적발화의 시작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oui, mais..., parce que quand meme..., non pas du tout..., non, c'est pas ca... 등을 통해) 이때의 반박ㆍ반론의 언어학적 내용은 약화되어 실제로 반박 고유의 의미는 사라져 버리고 결국은 상대방의 표현에 동화되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는, ‘응답자’로서 표현력이 불충분한 그 자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표현이 비록 문법과 언어 규칙, 즉 언어학적으로는 정확?적합하지 않지만, 실제적으로 의사소통 차원에서는 화용론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응답자’로서 프랑스어 표현력에 문제가 있어 더듬는 다든지, 프랑스인의 표현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해 반복한다든지, 長文의 표현보다는 短文으로 답하면서 다소는 과장된 듯한 ‘c'est ca’, ‘voila’ 등의 표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경우에 따라서 두 화자의 관계가 ‘조사자’와 ‘응답자’ 사이에서 어느 순간에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학습자’ 사이의 관계로 변형되어가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인과 프랑스어 학습자들 사이의 대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직접 訂正’correction directe의 상태를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점은 (간접 혹은 위장된 訂正correction indirecte, implicite ou deguisee 등은 예문을 통해 나타나고 있었지만) 의사소통 과정에서 두 화자의 관계가 어느 정도는 동등한 위치를 유지하면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질의 응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프랑스어에 대한 표현 능력에 관계없이 그들 나름대로 답변을 계속 이어감으로써 ‘조사자’인 프랑스인에게 앙케이트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협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본인이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호감을 주면, 상대방도 본인에게 호의적인 태도(‘jeu mimetique’)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조사자’인 프랑스인이 ‘응답자’인 한국인의 의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할 여지가 있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대화 자체가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 있었던 대화 진행 과정에서의 ‘침묵silence’의 상태(H-S Sun : 2005/02, 2006/02)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본 ‘논증적’ 발화행위 부분에서는 적어도 최소한의 “hem”, “euh” 혹은 “oui” 아니면 “non” 그리고 ‘웃음’의 구두표현 expression verbale이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가 마주보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자’와 ‘응답자’ 그리고 ‘목표언어langue cible의 원어민’과 ‘목표언어 학습자’ 사이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두 화자는, 의사 소통을 목적으로 상대편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양한 언어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두 화자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언어와 사회ㆍ문화 관습이 다른 두 화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언어행위는 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엿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어떤 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의 어휘나 문법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언어를 가지고 주어진 상황에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으로 그 언어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언어가 ‘어떻게 실제로 사용되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한 외국어로의 의사소통능력은 그 언어를 나름대로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그 언어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능력(competence culturelle)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일조를 기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