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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셰익스피어학회 Shakespeare Review Shakespeare Review Vol.40 No.2
발행연도
2004.6
수록면
355 - 381 (2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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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에 따르면 법은 내재적 모순성을 지닌다. 합법적인 권리규정도 해석에 따라 때로는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법이 정한 파업권이 실행되면 국가는 이를 언제든 불법으로 규정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폭력으로 발전될 수 있는 파업권이나 이를 막을 수 있는 공권력 모두 법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폭력은 법과 함께 시작되며, 유지되고, 또한 집행된다. 셰익스피어는 바로 폭력을 막아야 할 법이 사실은 폭력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을 『베니스의 상인』에서 극화 시켰다. 물론 이 극에서 폭력의 위협은 있을지언정 그 위협이 바로 폭력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계약만기와 더불어 바로 그 계약에 쓰여진 데로 1 파운드의 안토니오 살점을 요구하는 샤일록의 위협. 그 위협을 실천하면 선량한 베니스의 시민이 피를 흘리게 되고, 그것은 위법이므로 합법적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법이라는 이름의 위협. 셰익스피어는 이런 위협의 폭력 가능성을, 그래서 비극이 될 수도 있었던 극을 코메디라는 장르와 절묘하게 융화 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셰익스피어는 동시에 법과 폭력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폭력은 언제든 법의 내재적 모순성에 의해 실현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폴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한편으로는, 샤일록이 요구하는 안토니오 살점에 관한 합법적인 폭력을 인정해 주어야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량한 시민인 안토니오를 (법의 원래 목적대로)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두 가지 법 행위가 서로 상충된다는 사실이다. 한 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여 주는 일은 이렇듯 다른 합법적 행위를 불법으로 만들어야 하는 논리적 모순에서 가능하게 된다. 폴샤는 지나치게 기술적인 판결을 내림으로서 법에 의해 시작된 폭력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법이 지닌 내재적 모순성을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비라는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요소를 법의 이름으로 샤일록에게 강요하는 모순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주장대로, 자비는 하나님이며 법밖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법에 내재한 모순성을 풀고자 했던 폴샤는 근본적으로 법은 모순에 의해서만 체험이 가능함을 입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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