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매우 작은 규모의 미시세계의 현상을 연구하는데, 물질의 이중성, 파동함수의 확률론적 해석 및 중첩 개념과 같은 고전 역학적 관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본 논문은 유기체철학으로 양자역학적 세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의 여러 특징적인 현상들을 논의했다. 먼저 입자라고 간주된 전자도 파동성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파동이라고 간주된 빛도 입자성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전자는 입자이며, 빛은 파동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게 되었다. 물질의 이중성은 지금까지 자연의 구성요소를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잘못 놓여진 구체성의 오류’로 인한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관점에서 본다면, 물질은 현실적 존재자라는 사건으로부터 추상된 것인데 지금까지 추상된 물질을 실재하는 것, 구체적인 것으로 잘못 생각했던 것이며, 이 오류가 미시세계에서는 거시세계보다 확실히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논의하였다.
확률(비결정성), 우연성,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적 세계의 특징을 화이트헤드의 ‘주체적 지향’과 ‘창조성’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논의하였다. 현실적 존재자는 ‘만족’에 이르면, 하나의 현실태actuality가 되고 수많은 가능성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다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적 세계상에서 보는 ‘중첩’이 당연한 이유가 된다. 어떤 현실태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바로 그 현실적 존재자의 선택이며, 권한이다. 화이트헤드의 용어로는 ‘결단’이라고 한다.




양자역학적 세계상에 대한 해석에는 실증론(코펜하겐 해석)과 실재론이 있는데, 두 이론은 실재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이론 모두 자연의 궁극적인 요소를 물질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실증론과 실재론 모두 양자역학적 세계상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에 의하면 세계는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적 존재자의 생성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근대 자연과학적 관점은 ‘자연의 이분법’과 ‘과학적 유물론’이라는 두 가지 오류로 인해 왜곡된 자연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궁극적 실체는 물질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하고 있는 현실적 존재자로 생각한다. 화이트헤드는 자연과학과 철학은 실재가 아닌 추상적 개념에 불과한 물질, 시간, 공간 등을 실재로 착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잘못 놓여진 구체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자역학적 세계상에 실증론과 실재론으로 알려진 두 개의 논쟁에 대해 알아보았다. 실증론 및 실재론은 자연의 근본 요소는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물질-실체라는 전제를 근거로 양자역학의 현상들을 해석하려고 시도하고자 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물질개념으로 자연의 근본 요소는 설명할 수 없으며, 그 실재성 또한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두 이론 모두 미시세계의 세계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적 실재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자연의 근본 요소가 물질이며, 실체라는 관점은 ‘잘못 놓여진 구체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에게 구체적인 존재자인 현실적 존재자는 실재하고 있는 여기-지금 발생하는 과정 자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실재에 대한 해석이 추상을 추상으로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한 오류로 인해 자연의 참 모습을 왜곡하게 된 것이다. 또한 화이트헤드는 자연은 기계론적 사유로 유추할 수 있는 결정론적인 사유체계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합생과 이행이라는 유기적 관계성과 변화를 통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하는 열린 미래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