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1960년대 학병소설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정체성(diaspora identity)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학병소설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소설에 내재된 ‘비(非)민족주의적 반(反)식민주의’의 상상력을 밝혀낼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고가 다루는 작가 한운사(『아로운』), 김광식(『植民地』), 이병주(『관부연락선』)의 소설은 일제 말기 학병세대 작가의 자전적 서사라는 점에서 식민지 조선의 특수한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다. 그런데 세 소설은 모두 1960년대 한국의 시대적 지평에서 일제히 창작되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 작가의 소설은 학병세대 작가의 디아스포라 정체성이 모색할 수 있었던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로서의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1960년대 한국은 국가 주도 하에 강력한 민족주의적 욕망을 갖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운사의『아로운』, 김광식의『植民地』, 이병주의『관부연락선』은 민족주의적 욕망에 대한 균열의 양상들을 나타낸다. 본 논의는 이러한 관점에서 1960년대 학병소설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정체성의 소설적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결국 소설 속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의 상상력을 밝혀내기 위한 탐구로 귀결될 것이다.
본 논문의 2장은 1961년 창작된 한운사의『아로운』3부작을 논의하였다. 한운사의『아로운』은 조선 재건의 주체로 형상화된 아로운의 일본군 체험을 보여준다. 이 서사의 주요 구도는 일본 본토의 나고야 무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본인 일본군’과 ‘조선인 일본군’의 갈등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1960년대 당시 한국을 장악했던 반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가한다. 소설은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환원될 수 없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다양한 인물형상을 보여준다. 조선인 아로운과 일본인 히데꼬의 애정 관계는 ‘조선재건’의 국가적 과제가 개인적 사랑마저 저버릴 만큼 위대한 것인지에 관한 의문점을 나타낸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이 아닌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선택한다.『아로운』은 1960년대 국가 재건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것은 한운사 소설에 나타난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의 상상력의 일부이자 한계로 평가할 수 있다.
3장은 1963년 발표된 김광식의 소설『植民地』를 탐구한다. 이 작품은 학병을 기피하여 만주로 떠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소설이다. 소설에 형상화된 만주는 타민족과의 연대를 통한 식민주의 극복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작품은 또 다른 피해민족과 더불어 젠더적 하위 주체인 조선인 여성의 인물형상을 나타낸다. 이것은 식민지 시기 만주에 거주했던 다양한 이중적 타자들이 재현되는 지점이다. 또한 해방 이후 갖은 어려움을 겪는 귀환민들의 모습은 해방은 또 다른 맥락에서 폭력을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볼 수 있다. 즉 이 소설은 과거 식민지 역사의 기억을 단순히 조선인의 시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디아스포라 주체는 타민족과의 만남 또는 연대를 통해 진정한 식민지 상처에 대한 회복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학병 도피자의 삶을 형상화한 이 소설은 만주라는 공간체험을 통한 디아스포라 주체의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의 인식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4장은 이병주의『관부연락선』에 대한 분석이다.『관부연락선』은 1968년『월간중앙』에 연재된 이후 1970년 단행본으로 출간 되었다. 『관부연락선』은 ‘1965년 체제’로 명명되는 ‘한일협정’ 이후 구축된 식민역사의 망각에 대항하는 서사이다. 작품에 나타난 ‘원주신 찾기’ 서사는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한 객관적 탐구를 보여준다. 당시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잇던 열차 ‘관부연락선’은 일제 식민기억의 굴욕을 상징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소설은 당시 제국의 식민주의 담론이 표방했던 동일화 정책의 허구성을 비판한다. 식민지의 경험과 더불어 한국전쟁을 몸소 체험한 유태림은 자신 안에 내재된 디아스포라적 ‘에트랑제’의식으로 괴로워한다. 주인공은 내면화된 자신의 ‘이방인’의식을 통해 해방 이후 좌우 이념의 대립과 같은 갈등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외부자적 위치를 설정한다. 뿐만 아니라 태림의 시각으로 항일의병대장 ‘이인영’의 실존적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점 또한 유의미하다. 이처럼 『관부연락선』은 역사적 타자에 대한 기억의 복원을 시도하는 일종의 애도 서사라 볼 수 있다. 이것은 역사에 대한 디아스포라 주체의 객관적이며 비판적인 성찰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1960년대 학병소설은 당시 한국의 국가 재건 이데올로기가 전제했던 강박적 반일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것은 일제 말기 식민지 조선인을 경험했던 학병세대의 이중적 정체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학병세대의 분열적 정체성은 피식민지인이 제국주의 담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유할 수 있는 주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운사, 김광식, 이병주의 소설은 자신의 학병경험을 통해 일제 말기 식민지의 기억을 재현한다. 『아로운』,『植民地』, 『관부연락선』은 모두 1960년대에 창작된 작품이다. 1960년대 한국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의 체험과 이승만 정권의 실패로 인해 국가재건의 과제가 절실한 시대였다. 따라서 한운사, 김광식, 이병주가 재현한 식민지의 풍경은 당시 대부분의 작가들이 다루길 꺼려했던 주제다. 그런데 학병세대에 해당되는 세 작가가 식민지 기억을 형상화했다는 점은 주목되는 점이다. 특히 『아로운』,『植民地』, 그리고『관부연락선』은 1960년대 한국에서 들끓었던 ‘반일지향’적 민족주의에 대한 균열을 가한다. 이러한 양상은 1961년 ‘5.16 쿠데타’이후 대다수의 지식인의 동조를 얻어 주도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던 강박적 민족주의와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식민지에 대한 성찰뿐 만이 아닌 1960년대 한국의 신식민주의적 상황에 대한 비판의 지점들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국가에 귀속된 개인을 강조하는 지나친 민족주의로의 함몰은 개체윤리를 위협하는 폭력적 상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운사의 『아로운』, 김광식의 『植民地』, 이병주의 『관부연락선』은 과거 조선의 기억과 아울러 1960년대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 관해 유기적인 사유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1960년대 학병세대 소설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정체성은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의 상상력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This thesis was studied about ‘the diaspora identity’ of the student soldiers novel in 1960’s. The diaspora identity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features of the student soldiers novel. Because it serves as a basis for revealing the imagination of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inherent in the novel. Han Woon-sa, Kim Kwang-sik, and Lee Byeong-ju’s novels reflect the special historical context of the colonial Joseon. That’s because they reproduced their autobiographical memory of the student soldiers through the novel of 1960’s. By the way, All their student soldiers novel have a common point in the 1960s when they wrote. At this point, The three authors showed the political possibility of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through diaspora identity. Since Korea was a time of strong nationalistic desire under nationalism. Although Han woon-sa’s Ah Ro-woon, Kim Kwang-sik’s The Colony, Lee Byeong-ju’s Kwanbu ferry represent aspects of crack on nationalism desires. The student soldiers this study investigates meaning in novel of diaspora identity. Eventually this thesis search for the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In chapter II, This study discusses Ah Ro-woon written in 1961. Ah Ro-woon showes the experience of main character student soldier, Which is shaped as the subject of reconstruction of Joseon. The major composition in this novel are the conflicts between the ‘Japanese-Japanese Military’ and ‘Korean-Japanese Military’. However, Ah Ro-woon breaks the anti-Japanism based on nationalism ideology that dominated Korea in the 1960s. Ah Ro-woon express various figuers of Koreans and Japanese who can not be converged to a dichotomy of good and evil. The affection between Korean ‘Ah Ro-woon’ and Japanese ‘Hideko’ shows the question whether the national task of ‘reconstruction of Joseon’ is so great that even individual love can be overthrown. In the end, however, Ah Ro-woon chooses patriotism for the nation, not his love hideko. Ah Ro-woon is completed as a kind of ‘emotional political’ text that reflects the national reconstruction ideology of the 1960s. This can be judged by the possibility and limitation of the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in the Han Woon-sa’s Ah Ro-woon.
In chapter Ⅲ, I will search Kim Kwang-sik’s The Colony written in 1963. The Colony was refleted the autobiographical experience of a writer Kim Kwang-sik who escaped from emergency mobilization of student soldier. Manchuria, which is shaped in novels, is a place to find colonialism through solidarity with other ethnic-people. The Colony represents the figure of a Korean subaltern woman who is a gender sub-subject with another victimized nation. This is where the various dual hitters who lived in Manchuria during the colonial period are reproduced. Also, the appearance of the returning people suffering from various difficulties after liberation suggests that liberation can produce violence in another context. In other words, The Colony does not simply constitute the memory of the past colonial history with the perspective of the Korean people. The Diaspora subject can seek recovery of genuine colonial wounds through encounters or solidarity with other people. The Colony, which symbolizes the life of the evader for student soldiers, represents the consciousness of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of the Diaspora subject through the experience of space called Manchuria.
In chapter Ⅳ, I will prove Lee Byeong-ju’s Kwanbu Ferry. Kwanbu Ferry was serialized in March 1970 over the year from April 1968 ‘The Monthly Central’. Kwanbu Ferry is a narrative against the forgetting of the public memory built after the ‘Korea-Japan Agreement’, which is called the ‘1965 system’. This can be seen as a source of the continuity of colonialism and neo colonialism, which has not given an account to this day. Kwanbu Ferry is part of the literary response to the 1965 regime by reconstructing the memories of the colonies. The ‘Wonjushin’ narrative in the works shows an objective inquiry into the Japanese colonial rule. The railroad Kwanbu Ferry, which was between Shimonoseki and Busan at the time, is depicted as a place symbolizing the humiliation of Japanese colonial memory. This is embodied in the narrative that seeks the identity of ‘Wonjushin’, an anti-Japanese secret society. In particular, Kwanbu Ferry criticizes the fictitiousness of the identification policy that the imperial colonialism discourse expressed at the time. With the experience of colonialism, Tae-Rim who experienced the Korean War personally suffers from the ‘etrange’ consciousness inherent in himself. The main character establishes an external position to resign from the ideological confrontation after liberation through his internalized ‘Etrange’ or ‘Stranger’ consciousness. Tae-Rim is a person who represents the sad life of a person who is tragically perished by the situation of chaos that was the ideological pre-emptive period since Korea''s liberation with the end of Japanese imperialism. In addition, it is also meaningful to reconstruct the existential history of Lee In-Young, the leader of the anti-Japanese army, with the vision of Tae-Rim. The ‘Kwanbu Ferry’ can be seen as a kind of mourning attempt to restore the memory of the historical other. These narrative characteristics of Kwanbu Ferry reflect the possibility that the imagination of the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subject of the generation of the student soldiers can constitute an objective inquiry into the history of Korea before and after liberation.
In conclusion, the student soldiers novel of the 1960s showed the possibility of overcoming the obsessive anti-Japanese nationalism that the Korean nation''s reconstruction ideology at that time had assumed. Han Woon-sa, Kim Kwang-sik, and Lee Byeong-Ju''s novel reflect the memories of colonialism at the end of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through their the past colony experience. In this way, Ah Ro-Woon, The Colony, and Kwanbu Ferry represent the imagination of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 people. This not only reflects on the colonies, it also creates points of criticism of the neo-colonial situation in Korea in the 1960s. This is because the depression of excessive nationalism, which emphasizes individuals belonging to the state, can lead to violent situations that threaten individual ethics. Ah Ro-Woon, The Colony, and Kwanbu Ferry are showing organic reasons for the historical situation of Korea in the 1960s. These novels that appeared in the 1960s create a point of postcolonial reflection in that the colonial history shows that the past is never over. This possibility could be manifested by the diaspora identity that the generations could have. From this point of view, this study focused on analyzing how the identity of diaspora in 1960''s the korean student soldiers novels represents the imagination of Non-nationalistic Decolon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