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인 의사결정이므로 객관적이거나 일관되기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적 변인과 평가자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맥락에서는 교사가 곧 평가자인 경우가 많으므로 교사의 창의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무엇이 있을지 다방면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성 평가는 상황에 따라 유연해질 것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현실적이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생각의 가치를 높이 사고 격려해야 할 상황이 있는 반면, 발명 대회 출품을 앞둔 상황과 같이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 따라서 교육 상황의 요구에 맞게 교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는 것은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사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적 변인으로 해석 수준에 주목하였다. 해석 수준 이론에 따르면 상위 수준으로 해석할 경우 대상의 궁극적 상태나 이유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실현 방법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이 있고, 하위 해석 수준에서는 구체적인 실시 방법이나 지엽적인 속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동일한 산출물에 대해서도 해석 수준에 따라 창의성 평가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바, 실험적 조작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는 산출물의 독창성과 유용성을 구분하여 측정하게 하였는데, 독창성과 유용성을 구분함으로써 해석 수준의 영향을 받는 변인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고자 하였다. 독창성에 대한 판단은 평가자의 배경지식을 참조하여 이루어지지만, 유용성에 대한 판단은 평가자의 배경지식을 뛰어넘는 과업이므로 분명한 평가 기준이 부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석 수준에 따라 더 영향을 받는 구인은 독창성보다 유용성일 것으로 가정하였다.
또한 평가자의 성격 특성이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교사의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해석 수준이 창의성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지 탐색하였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창의적인 인물의 성격 특성 중 가장 대표적인 특성으로 꼽힌다. 창의적인 성취를 이룬 인물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격 특성이기도 하며, 개방성이 높을 경우 창의적 사고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평가자의 개방성에 따라 창의성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탐색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추측하건대 개방성이 높을 경우 외부의 영향에 관계없이 독자적인 판단을 즐겨하므로, 해석 수준과 같은 상황적 변인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작을수록 해석 수준이 창의성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가정하였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대전, 충남, 서울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13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하고, 최종 분석에는 126명의 데이터를 반복측정 분산분석 하였다. 해석 수준에 따른 창의성 평가 결과를 살펴본 결과, 상위 해석 수준 집단이 하위 해석 수준 집단 보다 독창성과 유용성 모두 높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해석 수준이 유발된 경우 학생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낯선(즉,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독창성과 유용성에서 해석 수준에 따른 집단 간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독창성에 대한 평가든 유용성에 대한 평가든 해석 수준의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독창성과 유용성 평가 모두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조절효과도 보이지 못했다. 이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에 따라 창의성 평가가 거의 달라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창의적 산출물을 평가할 때 상위 해석 수준이 유발된 집단이 하위 해석 수준이 유발된 집단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독창성과 유용성에 대한 평가는 해석 수준의 영향을 비슷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 제시할 수 있는 시사점을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