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노동패널 제1~19차 자료로, 중·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퇴직 사건과 재취업의 동학을 살펴보았다. 노동패널 제6차 부가조사지(2003년)에 응답한 당시 만 50세 이상의 중·고령자 2,418명에게, 사건사 분석(생존분석)을 적용했다. 퇴직 사건은 제1~19차 자료를, 재취업 사건은 제6~19차 자료를 활용했다. 퇴직과 재취업의 추적 기간을 각각 19년과 14년까지 늘려 종단 연구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높였다.
첫 연구 주제는 ‘주된 일자리 진입 후 퇴직(이하 ‘퇴직’)까지 걸린 기간’의 동학으로서, ‘주된 일자리 재직 기간 분석’이다. 두 번째는 퇴직 이후 재취업하는 일자리를 ‘임금-비임금근로’로 나눠 경쟁사건 분석했다. 세 번째는 주된 일자리와 비교해 재취업한 일자리의 직능지위를 ‘하락’, ‘동등 또는 상승’의 변동 경로로 나누고 경쟁 사건 분석했다. 둘째와 셋째 주제는 특정 재취업을 하기까지 걸린 ‘실직 기간’을 분석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Kaplan-Meier 분석 결과 주된 일자리 퇴직 속도는 임금근로자이거나 여성일 경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주된 일자리 재직 기간은 ‘여성-임금’이 가장 짧고, 이어 ‘남성-임금’, ‘여성-비임금’, ‘남성-비임금’ 순으로 길어진다.
첫 연구 주제에 대해 ‘층화 Cox 비례위험 분석’한 결과, ‘여성’과 ‘임금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중 ‘임시직’의 퇴직 속도가 매우 빨랐으며, 업종 중에서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이탈해 재직 기간이 짧다. 반면 ‘자영업자’는 퇴직 속도가 가장 느려 주된 일자리 재직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가구 자산액이 많으면 퇴직 속도는 느린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재직하면 자산 형성에 유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높은 교육수준은 주된 일자리 퇴직 속도에 영향력이 없었다.
두 번째 주제인 ‘임금-비임금 재취업 경쟁사건’ 분석 결과, 고학력자는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기까지 긴 실직 기간을 거치고 있다. 또 ‘주된 일자리에서 자영업자’였던 자는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기는 어렵고, 다시 비임금근로자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 번 자영업자는 계속 비임금근로자로 남는 ‘자영업의 덫’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재취업 당시) 부채나 자산이 많을수록 비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는 속도가 높다. 이는 중·고령자가 가계부채 상환을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했거나 새로운 부채를 안고 다음 일자리를 시작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중·고령자의 재취업으로 인한 직능지위 변동 분석 결과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자영업자’였던 사람과 ‘여성’, ‘고학력자’는 주된 일자리보다 동등 또는 상승 직능지위로 빨리 재취업하기 어려웠다. 특히 ‘주된 일자리에서 자영업자로 일한 사람’이 폐업 후 다른 직업을 갖는 경우 직능지위가 ‘하락’하는 사건의 시간당 발생률이 높았다. 반면 주된 일자리가 대규모 사업체였거나 (재취업 당시) 가구 자산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현재 자신의 가구 경제 상태에 대해 어렵다고 느낄수록 ‘동등 또는 상승’ 재취업하는 사건이 시간당 높은 비율로 발생했다. 한편 (재취업하던 해의) 가계부채가 많은 사람은 직능지위가 ‘하락’한 일자리로 빨리 재취업한다. 마지막으로 ‘직업훈련 경험’은 실직 기간을 줄여주면서, ‘동등 또는 상승’ 재취업하는 데에 유의미했다.
이 논문에서 확인한 ‘자영업의 덫’, 임금근로자의 짧은 주된 일자리 재직 기간, 고학력 중·고령자의 재취업 기회제약, 재취업으로 인한 직능지위 하락 등은 한국의 중·고령 노동자가 직면한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개선을 위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 등을 확대하고, 중·고령 노동자들의 취업과 창업 계획에 대한 면밀한 코칭 과정이 작동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적 역량 제고를 위한 전 생애적 관점의 교육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