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 고등학교 영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과업 관여도와 작업기억이 어휘 습득 및 장기기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실험을 위해 경기도 시흥시 소재 H고등학교 2학년 세 개 반의 66명이 본 연구에 참여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목표 어휘에 대한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사전 어휘 검사와 읽기 폭 과제를 사용한 작업기억 검사를 먼저 실시하였다. 본 실험에서 참여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누어져 Hulstijn과 Laufer(2001)의 과업 관여도 가설에 따라 평가와 검색 조건을 달리한 세 과업 중 하나를 각각 수행하였다. 각 집단은 목표 어휘의 우리말 주석이 달린 지문을 읽고 빈칸을 채우는 과업(낮은 과업 관여도 조건: 필요1, 검색0, 평가1=과업 관여도 2), 사전 검색과 짝 활동을 통해 목표 어휘의 의미를 찾은 후 어휘를 배열하여 문장을 만드는 과업(중간 과업 관여도 조건: 필요1, 검색1, 평가1=과업 관여도 3), 사전 검색과 짝 활동을 통해 목표 어휘의 의미를 찾은 후 문장을 쓰는 과업(높은 과업 관여도 조건: 필요1, 검색1, 평가2=과업 관여도 4)을 수행한 후, 어휘 형태인식평가 및 의미인식평가로 이루어진 사후 및 지연 사후 어휘 평가에 참여하였다. 자료 분석은 일원분산분석, t-검정, Pearson 상관관계 분석 등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후 어휘 의미인식평가에서는 과업 관여도가 가장 높은 문장 쓰기 집단이 다른 두 집단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보여, Hulstijn과 Laufer(2001)의 과업 관여도 가설을 부분적으로 지지하였다. 이는 쓰기와 같은 생산적인 과업, 특히 새로운 맥락에서 사용된 어휘가 비생산적인 과업에서 연습된 어휘에 비해 적어도 단기적인 어휘 의미 습득에 있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한편, 사후 어휘 형태인식평가와 지연 사후 어휘 형태 및 의미인식평가에서는 세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둘째, 검색 조건을 달리한 빈칸 채우기와 어휘 배열하여 문장 만들기 집단 간에는 어휘 학습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평가 조건을 달리한 어휘 배열하여 문장 만들기와 문장 쓰기 집단 간에는 단기적인 어휘 의미 습득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 검색에 비해 평가의 차이가 어휘 의미 습득에 더 큰 차이를 가져옴을 알 수 있었다. 이는 Hulstijn과 Laufer(2001)가 제시한 과업 관여도의 세 요소(필요, 검색, 평가)가 전체 과업 관여도 지수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하며, 과업 관여도 지수의 산출 방식을 더욱 정교하게 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셋째, 읽기 폭 과제로 측정한 작업기억은 어휘 의미와 형태의 단기적인 습득 및 어휘 의미의 장기기억과 낮은 정도의 상관이 있으며, 어휘 형태의 장기기억과는 유의미한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업 관여도가 다른 세 집단 중 어휘 배열하여 문장 완성하기 집단의 작업기억 검사 결과만이 단기 및 장기 어휘 학습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해당 집단의 작업기억은 장·단기 어휘 형태 학습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어휘 의미의 장기기억과 상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고등학교 학습자의 효과적인 어휘 학습을 위해 과업 관여도와 개인차를 고려한 어휘 수업 설계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참여자들처럼 영어 능숙도가 높은 학습자들에게는 새로운 맥락에서 어휘를 사용하게 하는 생산적인 과업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작업기억과 같은 개인차 변인들을 고려하여 학습자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수업 자료와 수업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