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세월에 걸쳐 ‘감각’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해왔다. 물질이 스스로 감각하고 사유한다고 생각했던 고대의 물활론, 중세 아랍의 광학, 감각을 이성 아래로 포섭한 근대 철학,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이성이 아닌 감각이 발휘하는 힘에 초점을 두게 된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있으며, 그는 잃어버렸던 감각의 영역을 온전히 복원한다. 그는 감각을 대상과 주체가 구별되지 않는 존재론적 사건으로 보았다. 즉 생명체의 몸과 바깥의 환경이 서로 접하는 삼투막의 표면에서 진동처럼 발생하는 어떤 유물론적 사건으로 본 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감각은 오늘날 다양한 관심을 자극하는 주제가 되었다.

들뢰즈는 본인의 저서 「감각의 논리」를 통해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회화를 바탕으로 본인의 감각론을 전개한다. 베이컨의 회화는 주제의 특이함, 색채의 강렬함, 정서적 폭력성을 보여준다. 들뢰즈는 베이컨의 그림에서 보이는 뭉개어진 형상, 색면들의 겹침을 통해 시각에 충격을 주어 눈으로 만지는 공간을 만들며, 그 시각의 움직임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들뢰즈의 회화론을 바탕으로 우리는 가장 근원적 체험인 ‘감각’을 포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감각은 스토리라는 우회를 번거롭게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인간의 몸과 감각 체험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현대 미학을 바탕으로 전시공간을 바라보고자 한다. 전시공간은 관람자와 전시물 사이의 새로운 소통 체계를 구축하여 의미와 공유를 유발하는 행위의 장으로서 ‘상호교류 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과거의 전시공간은 전시물이 주체가 되어 시각적 정보전달이 주된 기능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전시공간은 관람자가 주체가 되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호적 사건인 ‘체험’이 중심적 기능으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전시를 감각하고 지각하는 인간의 체험과 행위를 중요시하게 바라보고, 현대의 전시공간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체험전시공간’의 새로운 의미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자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체험전시공간의 의미변화를 감각론적 접근을 통해 고찰함으로써 근본적 현상인 ‘감각’에 의해 제시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본 연구의 목적은 「감각의 논리」를 중심으로 현대 전시공간에서 ‘감각’을 ‘체험’하기 위한 체험전시공간의 의미변화를 연구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 변화되는 패러다임을 철학적, 미학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감각의 극대화를 위한 전시연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다양한 매체의 발전으로 예술의 정의가 변화됨으로써 ‘미(美)’뿐만이 아닌 ‘추(醜)’의 영역까지 포함한 모순적인 감정까지도 예술이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한다. 예술이란 예술가가 본인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는 인간의 작업이지, 결코 미나 관념을 나타내는 수단은 아니다. 이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통해 체험전시공간의 의미변화를 바라본다. 본 연구가 제시하고자 하는 체험전시공간의 ‘체험’은 즉각적이며 진실된 ‘감각’만으로 스스로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감각 지각의 체험이다. 정보습득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관람자가 전시공간에서 감정을 인식하기 이전의 ‘감각’을 ‘체험’하는 것을 필요조건으로 바라보았다.

베이컨은 오로지 감각을 그리기 위해, 또는 유기체 밑에 있는 힘을 그리기 위해 형상을 그렸다. 힘은 감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요소이다. 그가 ‘힘을 그린다.’고 한 것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 대상이 아니라 그 밑을 관통하는 감각을 그렸다는 이야기다. 즉 우리 눈앞에 있는 매끈한 얼굴의 인간이 아니라 평온한 얼굴 밑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힘과 감각을 그린 것이다. 베이컨 회화에서 인간이 일그러지고 해체된 형상을 통해 감상자는 공포와 기괴함을 느끼고, 때론 폭력적이라고 말한다. 뭉크가 공포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비명>을 그렸다면, 베이컨은 고함지르는 힘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이 힘이 감각의 가시화가 되는 요소이다.

들뢰즈가 말하는 감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음악은 소리 나지 않는 힘을 들리게 해야 하고, 회화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도록 해야 한다면, 전시는 전율을 느끼게 하지 않아도 전율을 느끼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도된 내용의 전달보다는 예술가에 의해 의도되었지만 의도성을 띄지 않는, 관람자가 전시공간에서 인식 이전의 감각만을 통해 전시를 체험하고자 하는 것이 ‘감각’으로 ‘체험’하는 체험전시공간의 새로운 의미변화로서의 방향성으로 보았다.

이에 본 연구는 체험전시공간의 의미변화를 감각론을 통해 바라보고 관람자, 행위, 장소로써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들뢰즈와 베이컨의 감각론 분석과 각종 문헌고찰 및 사례 분석을 토대로 진행하였으며 논문의 전개는 아래와 같이 진행한다.

첫째, 본 연구의 배경 및 목적을 서술하고 그에 따른 연구의 구체적인 범위와 방법을 제시한다. 그 후 선행연구를 분석하여 연구 흐름도를 제시한다.

둘째, 감각론의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감각의 의미와 감각론의 역사에 대한 이론을 고찰한다. 또한, 들뢰즈와 베이컨의 사상적 배경과 들뢰즈 문헌을 바탕으로 한 들뢰즈 감각론의 특성 언어, 베이컨 회화론의 요소를 분석한다.

셋째, 분석한 감각론을 바탕으로 감각론과 전시공간의 연계성을 제시한 후, 체험전시공간에서 작가와 관람자가 감각을 소통하는 방법인 바라보기, 들어보기, 만져보기, 돌아보기의 키워드를 도출한다. 그 후, 감각론과 회화론에 입각한 결합 요소를 체험전시공간의 감각 표현 유형과 감각 전달 방식인 인체의 운동성(혼돈, 강도), 사건의 우연성(전이, 돌발), 배경의 잠재성(변화, 혼재)으로서 본 연구자만의 언어로 도출한다.

넷째, 앞서 도출한 감각 소통 방법, 감각 표현 유형, 감각 전달 방식을 이에 부합되는 사례들에 적용하여 본 연구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증명하고자 한다. 사례선정은 전시공간에 공간, 관람자, 그리고 관람자의 행위로만 구성되어 기존의 전시공간과는 다른 의의를 가진 작품으로 선정하였으며, 그 범위는 21세기 국외의 전시로 선정하였다.

다섯째, 연구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하여 본 연구의 의의를 증명하고 향후 관련 연구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제시한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통해 관람자는 작가가 의도한 자극으로부터 감각을 체험하여 장소에서 비일상적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관람자에게 공간을 다각적 인식으로 형성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전시공간에서 체험되는 다양한 현상을 통해 별로의 오브제 없이 ‘공간’ 자체가 전시물이 되어 공간의 해석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전시물이 주된 역할을 한 전시공간과는 달리 본 연구에서 도출한 언어인 인체의 운동성(관람자), 사건의 우연성(행위), 배경의 잠재성(공간)으로써의 역할이 체험전시공간에서 충족됨을 알 수 있다.

전시공간은 정지되고 제한된 곳이 아닌 관람자와 전시물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장으로써의 역할과 가치를 지닌다. 이는 즉각적이고 초월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예술을 바라보며 ‘새로운 경험’, ‘보이지 않는 힘’을 감각으로부터 발생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전시공간의 가치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가치란 관람자가 그 공간에서 욕망을 채웠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이 욕망은 ‘보이지 않는 감각적 힘’에 의한 초월적 경험을 통해 감각 그대로 전달받았을 때 채워진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예술은 들뢰즈가 주장한 감각, 보이지 않는 힘을 전달해야 한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건축, 나아가 공간디자인, 더 나아가 전시공간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힘의 전달에 목적성을 띄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이렇듯 근본적 사고를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현대 체험전시공간의 새로운 의미로써 바라보고, 예측하는 유효한 방법이 되며, 이 또한 하나의 전시디자인 과정의 방식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더하여 현대 체험전시공간의 새로운 의미변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자료로서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Humanity has been asking questions about and trying to understand the world through ''sensation'' for many years. The focus is on the ancient theory of materialism, which material thought to be self-sensation and contemplation, medieval Arab optics, modern philosophy that subsumed sensation under reason, and the power of sensation, not reason, in the present age.
There is the French philosopher, Gilles Deleuze, who completely restored the lost realm of sensation to its center. He viewed sensation as an ontological event in which an object and a subject were not distinguished. In other words, he viewed it as a materialistic event that occurs, like vibrations on the surface of on osmosis membrane where the body of an organism and the external environment come into contact with each other. With this as a background, sensation has become a topic that stimulates various interests to this day.
Deleuze developed his sensation theory based on the paintings of Francis Bacon through his book 「The Logic of Sensation」. Bacon''s paintings show the peculiarity of the subject, intensity of color, and emotional violence. Deleuze thought that the crushed shapes and overlapping colors seen in Bacon''s paintings shocked the eyes, creating a space that was affected by the eyes, and captured the movement of the visual on the canvas. Therefore, based on Deleuze''s painting theory, we can capture the most fundamental experience, ‘sensation’. Through this, it can be seen that sensation is delivered directly without the hassle of bypassing the story.
Therefore, the goal of this study is to look at the exhibition space based on contemporary aesthetics that illuminate the subject of the human body and sensation experience. The exhibition space is a place of action that induces meaning and sharing by establishing a new communication system between the viewer and the exhibit. It serves as a ''space in which mutual exchanges can occur''. In the past, the main function of the exhibition space was the delivery of visual information with the exhibits as the subjects. However, in modern times, the audience becomes the subject and the ''experience'', which is an interactive event occurring inside, is a central function. Therefore, the purpose is to suggest a new meaning for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which is the direction to be pursued by modern exhibition spaces while considering human experience and behavior that sense and perceive exhibitions. Therefore, this study begins from the question of whether the change of meaning of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can be presented by the fundamental phenomenon ''sensation'' through considering the logic of sensation approach.
In other words,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change of meaning of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in order to ''experience'' ''sensation'' in modern exhibition spaces, focusing on 「The Logic of Sensation」. Be examining this changing paradigm philosophically and aesthetically, there was the possibility of directing an exhibition to maximize sensation. This is based on the question of whether the definition of art has changed due to the development of various media today, so that even contradictory feelings, including the realm of ‘ugly’ as well as ‘beauty’, can be called art. Art is a human work that becomes a means for an artist to communicate their emotions to others. It is not a means of expressing beauty or ideas. Based on this, this study examines the change in the meaning of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through the most primitive type of ''sensation'' that makes people feel these emotions. The ''experience'' of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that this study intends to present is an experience of perception of sensation that allows one to feel the thrill of oneself with an immediate and true ''sensation''. It is a prerequisite for audiences to ''experience'' the ''sensation'' before they recognize their emotions in the exhibition space rather than aiming at acquiring information.
Bacon drew figures to draw sensations, or to draw power underneath the organism. Power is the element in which sensation is visible. What he meant by ‘draw power’ is that he drew a sensation that penetrated underneath, not a specific visible object. In other words, it is not a human with a smooth face in front of our eyes, but dynamic movement and sensation under a calm face. The viewers feel fear and strangeness through the distorted and disassembled image of Bacon''s paintings, and some even say it''s violent. Munch drew <the Scream> to convey the feeling of fear while Bacon drew the power of yelling. This power is the element that makes sensation visible.
When viewed with the sensation presented by Deleuze, music should have the power of silence to be heard, and painting should show invisible power. As such, the exhibition should make viewers feel thrilled even if they don''t feel thrilled. It is this direction that is a new change in meaning for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It is something intended by the artist but does not itself show intention, and that the viewer tries to experience the exhibition through only sensation before recognition in the exhibition space rather than simply delivering the intended content.
Therefore, this study is meaningful in examining the change in meaning of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through the logic of sensation and to present how it can be expressed for viewers as an action and a place.
This study was conducted based on Deleuze and Bacon''s analysis of the logic of sensation, various literature reviews, and case analysis. The process is as follows.
First, the background and purpose of this study are described, and the specific scope and method are presented accordingly. After that, the previous research is analyzed and the research flow chart is presented.
Second, the meaning of sensation and the theory of the history of the logic of sensation are reviewed for an overall understanding of the logic of sensation. Also, based on Deleuze and Bacon''s ideological background and Deleuze’s literature, the characteristics of Deleuze''s the logic of sensation and the elements of Bacon''s painting theory are analyzed.
Third, after presenting the correlation between the logic of sensation and the exhibition space based on the analysis of the logic of sensation, the keywords in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which are ways of communicating sensation between artists and viewers are derived. These keywords are seeing, listening, touching, and reflecting. Next, combining elements based on the logic of sensation and painting theory are used to express the type of sensation in the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the motility of the human body (confusion, intensity), the contingency of the event (transition, sudden), and the background potential (change, mixed) in my language.
Fourth, by applying the previously derived sensation communication method, sensation expression type, and sensation delivery method to corresponding cases, the necessity and expected effects of this study are proven. The case was selected as a work with a meaning different from the existing exhibition space, consisting of only the space, the viewers, and the viewer''s actions in the exhibition space. The scope was selected as overseas exhibitions in the 21st century.
Fifth, the study contents are organized to prove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and the necessity of future related studies and expected effects are presented.
The analysis results of this study confirmed that the viewer experiences sensation from the stimulus intended by the artist, an extraordinary experience in a set place. In that process, it was found that the space was formed by the viewers via multifaceted perceptions. In addition, it was found that the various phenomena experienced in the exhibition space become exhibits without a separate object, and the interpretation of the space diversifies. It can be seen that the roles derived in this study, the motility of the human body (viewer), the contingency of the event (action), and the background potential (space), are fulfilled in the experience exhibition space.
The exhibition space is not a stationary and limited place, but has a role and value as a place where viewers and exhibits constantly move. This appears as a result of seeing art based on immediate and transcendental sensation and generating ''new experience'' and ''invisible power'' through sensation. The value of an exhibition space cannot be measured, but value arises when the viewer fills the space with desire. This desire is subsequently filled when the sensation is delivered through transcendent experience via the ''invisible sensational power''. Therefore, future art must convey the sensation, the invisible power, as claimed by Deleuze. This has a common characteristic with architecture, space design, and exhibition space design in modern times in that it must have a purpose in the transmission of invisible power, the direction of essence. An attempt to understand this as a new meaning of the modern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 through fundamental thinking becomes an effective way to visualize and predict. It is also expected that this can be expanded to methods of exhibition design process. In addition, it is valuable in use as basic data for the new meaning change of the contemporary experiential exhibition 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