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50년대 전시소설에서 나타나는 전시의 민족 정체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한국전쟁은 민족에게 큰 아픔과 좌절을 준 중대한 사건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회 변화에 우리 민족은 현실에 적응하고,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인해 다양한 현실이 전개되었고, 남한 문단도 재편되었다. 한국 문학사에는 1950년대 문학 연구에서 전시문학을 배제했고, 전후문학에 비하면 전시문학의 연구성과는 상당히 미비했다. 그 이유는 전시문학이 종군 문학이고, 이를 군 기관지 형태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기성 문인들은 종군활동 과정에서 군대라는 조직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군대가 이들을 발족한 표면적 이유도 ‘반공 전쟁의 의의를 알리는 작품 활동을 통해서 당시의 민심을 순화’하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종군문인들은 창설 목적에 맞는 작품을 발표해야 했기 때문에, 남한의 이념과 사상을 지지하며, 피난민들의 반공의식 고취를 문학을 통해 표현했다. 그래서 종군 문학은 남한 사회가 추구하는 반공과 멸공 그리고 자유주의적 의식을 문학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정훈 문학이라는 논의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만 종군 문학을 에토스가 결여한 문학으로 단정할 수 없다. 종군 문학은 리얼리즘 시각에서 군대와 남한 사회가 추구했던 이념을 지지하면서 전쟁 현실을 문학인의 눈을 통해서 주체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점을 전제로 종군작가의 문학을 군대와 가족,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여 논의하였다. 그리고 종군 문학의 특성은 이 시기에 같이 활동하였던 비종군작가의 문학적 성격을 통해서 드러난다고 보았다. 본 논문에서는 ‘비종군작가’를 전시에 종군하지 않고 채, 작품을 발표하고 문학 활동을 한 문인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였다. 전시에는 종군작가단이 남한 문단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기에, 그나마 미약하게 이루어진 전시문학 연구는 종군 문학만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종군 문학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위해서는 당시에 종군하지 않았던 문인들의 작품과 비교가 필요했다. 이 논문에서 신인작가, 여류작가, 신문사 편집자로 분류했던 비종군작가 집단 가운데 신인작가군은 전시에 등단하여 전후에 ‘전후문학’이라는 1950년대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영역을 구현한 집단이었다. 손창섭, 장용학과 같은 전시 신인작가들의 문학은 궁극적으로 전후문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전시문학을 살펴보는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었다. 그리고 여류작가의 경우, 종군한 기성 문인도 있었지만, 전시에 활동했던 여류작가 중 종군하지 않았던 작가가 더 많았다. 이들 문학도 신인작가들의 문학적 방향성과 동일시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비종군작가 범주에 묶일 수 있었다. 그리고 김광주는 기성작가임에도 종군하지 않았던 이력을 가진 문인이었으며, 전시에 신문사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은 작품을 발표한 인물이었다. 그가 종군문인이 아니었음에도 전시에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신문사 편집장이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게다가 김광주의 작품은 신인작가와 비종군 여류작가와 마찬가지로 문학적 방향성이 종군작가단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본고는 종군작가과 비종군작가의 문학적 세계관의 차이점을 ‘민족 정체성’ 부분이라고 보았다. 전시에 활동했던 이 두 문학가 집단은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창작 활동을 하였지만, 전쟁이라는 비극적 현실을 리얼리즘의 문학 방식을 통해 작품에 민족 정체성을 드러냈다. 종군작가들은 종군 경험을 토대로 전시상황을 바라보았고, 비종군작가들은 종군하지 않은 채 피난민으로서 전시 현실을 인식했다. 종군작가의 문학 활동은 군대의 도움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었고, 문학 활동 범위 자체가 군대에 있었기에 군대가 지향했던 민족적 의식에 동참했다. 그래서 그들의 문학은 반공과 멸공과 같은 남한의 이념을 기본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종군작가들은 여성의 사회진출, 상업의 발달, 신분의 변동과 같은 새롭게 변화하는 남한 현실을 문학에 적용하지 않고, 권위주의, 가부장적 전통주의, 남성우월주의 등 이미 오래전부터 남한 사회의 중심적 사상으로 지향되었던 의식들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래서 종군작가의 소설에는 전시의 남성들은 군인이 되어 헌신해야 하고, 여성들은 ‘현모양처’가 되어 전선으로 간 남성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민족 최고의 가치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기주의와 가족 해체 등 ‘내부냉전’의 양상이 남한 민족의 삶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종군작가의 작품에는 이와 같은 상황을 개인의 양심과 의식의 문제로 치부하고 전쟁을 일으킨 사회적 현실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군대에 가는 남성은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과 파혼을 거듭하지만, 여성은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며, 간호병이 되거나 상이군인과 결혼해서 남성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민족 구성원이 국가나 나라를 원망하거나 전쟁 현실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했다. 전쟁이 진행될수록 피난민 수는 늘어갔고, 피난민 가족의 생계는 전선으로 떠난 남성을 대신하여 여성에게 위임되었다. 여성들은 전시에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였지만, 종군작가의 소설에는 그녀들의 사회생활을 방탕과 타락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가부장제의 규율 속에서 가두려는 욕망을 드러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성들은 전시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우월적이면서 도덕적 인간의 전형으로 구축되었다. 비종군작가들의 전시문학은 종군작가단과 다른 민족 정체성이 드러났다. 물론, 비종군작가들의 작품에도 종군 문학과 마찬가지로 반공의식이 나타나지만, 이는 소설에 내면화되어 있을 뿐 강하게 주장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비종군작가들의 전시소설에 등장하는 군인들은 우월하고 영웅적 존재가 아닌, 전시에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인간으로 그려지면서 연민 의식을 자아냈다. 이는 상이군인의 모습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상이군인은 육체적 결핍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피폐해진 상태로 전선에서 고향이나 피난지로 돌아와도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비종군작가의 소설에도 가족 해체의 양상이 나타났는데, 부부가 서로를 미워하고, 헤어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쟁 현실에 의한 부정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피난민 가족은 궁핍과 가난으로 인해 피난지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전쟁의 비극성이 드러났다. 그리고 피폐한 전쟁 현실로 인해 인간은 허무주의에 빠지고 실존을 추구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비종군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전시의 민족 정체성은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남성은 전시에 무능하고 무기력한 인간이지만, 여성은 모성애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전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인간으로 구현되었다. 이 논문을 통해서 앞으로 ‘전시문학’이 정훈 문학, 이념적 문학, 목적의 문학, 에토스가 없는 문학, 한국문학의 회색지대와 같은 범주에서 논의하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이유는 전시문학은 종군 문학으로 통용될 수 없으며, 비종군문학도 전시 문단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군문학은 군대의 기관지로서만 역할 한 것이 아니라, 해방기 때 활동했던 기성 문인들의 문학적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작품 내에 남한의 이념은 지향하고 있지만, 이것이 이들의 문학에서 의미하는 전부는 아니다. 종군작가들은 전쟁으로 인해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과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과거의 규율과 전통성에 집착하는 문학적 경향을 보였다. 이는 기성 문인들이 과거의 문학적 전통성을 지키려고 했고, 군대가 남한의 기존 사회적 질서를 이어나가려는 의식이 서로 합쳐지면서 나타난 문학적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종군작가의 문학은 전시에 남한 사회가 추구하는 정책적 방향, 민족적 정체성을 담아냈다. 이는 전시의 군대와 남한 정부의 강요와 강압 때문이 아니라, 기성 문인으로서 자신의 문학적 세계관과 남한의 국가적 정책이 일치되는 부분을 구현한 것이다. 비종군작가의 작품에도 전시의 이념을 지지하고 있지만, 국가가 추구하는 민족적 방향성에는 거리를 두고 피난민의 전쟁 현실이 드러난다. 그래서 그들의 문학에는 삶과 죽음과 같은 인간 본질적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종군작가는 전후문학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전시에 형성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전통을 강조하려는 국가적 방침을 거부한 비종군작가의 문학 방식은 전쟁을 겪은 민족들에게 위안과 공감을 주었다. 비종군작가의 작품이 전후에 이르러 남한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한국 문단의 중요한 문학으로 명명될 수 있었던 것은, 전시의 비종군작가들이 전시에 구현했던 문학적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학 연구에 있어서 어떤 특정 시대만을 제외하는 것은 문학 자체를 협소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 문학사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전시문학의 연구 가치는 높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전시문학이 한국 문학사에서 제외된다면 우리의 문학사는 중요한 한 시대의 문학을 잃는 것이다. 본 논문을 마치면서 앞으로 전시문학이 한국 문단의 중요한 기점이 되는 문학사적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목 차Ⅰ. 서론 11. 연구의 목적 및 연구사 검토 12. 연구의 방법과 구성 15Ⅱ. 리얼리즘을 통한 민족현실 인식 331. 종군(從軍)과 전쟁의 ‘경험’ 332. 비종군(非從軍)과 전쟁의 ‘상흔’ 49Ⅲ. 애국적 군대의 출현과 좌절된 시대 631. 남성성의 회복과 고립된 현실 66(1) ‘거대가족’ 수호와 영웅의 형상화 66(2) 여성의 헌신과 ‘떠나지 못하는 자’ 852. 전쟁의 비참함과 차단된 세계 103(1) 전선에서 ‘돌아온 자’에 대한 공론과 이면 103(2) 피폐한 내면과 소외 의식 111Ⅳ. ‘내부냉전’에 의한 가족의 균열과 해체 1211. 윤리적 문제의 당위성과 가족 분열 124(1) 보편적 이기주의와 비인간화의 합리성 124(2) 애국을 통한 새로운 애(愛)의 방식과 비혼 양상 1392. 부정적 현실과 관계의 헤어짐 154(1) 혼돈의 피난지와 가족 해체 154(2) 삶의 허무와 실존 164Ⅴ. 자본의 재편과 공동체의 이중적 시각 1841. 윤리적 남성과 타락한 여성 1842. 탈가부장의 무기력과 강인한 모성 203Ⅵ. 결론 224<참고문헌>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