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양명의 嫡傳으로 평가받는 歐陽德(1496-1554, 字: 崇一, 號: 南野) 양지학의 내용과 의의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에서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양명학 연구는 양과 질에서 비약적으로 도약했다. 현재는 선배제현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양명후학에 대한 연구, 중국양명학과 한국양명학의 비교적 시각에 의한 연구, 한국양명학의 계통적 연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서 양명제자 중에서도 양명사상의 정통을 이었다고 평가받는 구양덕의 양지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은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양명학의 핵심을 뽑자면 “심즉리”, “지행합일”, “양지”, “치양지”, “사구교”(四有論, 四無論)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양지 본체론과 치양지 공부론은 양명학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구조다. 사실 본체와 공부라는 개념은 성인지학을 주장하는 송명이학의 기초를 구성하는 골격이지만 명대 양명학에서 와서 더욱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따라서良知 本體와 致良知 工夫에 대한 분석은 양명후학 개개인의 양지학을 요령있게 잡아내는 효과적인 방법론이다. 더욱이 구양덕의 양지 본체론과 치양지 공부지론은 왕용계의 양지 본체론과 치양지 공부론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구양덕은 정통으로 평가받은 반면에 왕용계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리어 양명학의 배교자로도 폄하되었다.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구양덕 양지학에 대한 올바른 평가도 동시에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이 작업을 위해 본 논문에서는 “莊敬本體”와 “悅樂本體”라는 도식을 가지고 양현의 차이점을 검토했다. 현재 양명후학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면 왕용계로 대표되는 이른바 현성파에 대한 긍정적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선구자적인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황종희의 『명유학안』으로 대표되는 입장을 고수하던 상황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용계학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양지학의 본체 공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좋은 토대를 마련해 주었지만 여전히 용계학이 강조하는 “철저하게 하는 공부”론이 갖고 있는 이른바 猖狂放恣에 대한 경향성을 양지학에서 제거하는 문제는 미해결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어떤 연구자들은 유종주의 “성의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종주의 “신독”과 “성의설”은 양지 주재의 공부론을 긍정하면서도 猖狂放恣의 병폐를 없앨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노력은 양명의 양지학에 비춰봤을 때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지는 성의의 근본이고 성의는 치양지의 구체 공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종주의 성의설을 놓고 말하자면 한 가지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유종주는 양지를 대신하여 성의를 제출하고 치양지를 대신하여 신독공부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양지는 유명무실한 것이고 양지학은 이미 와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출로는 없는가? 본 논문은 구양덕의 양지학을 통해 양지 본체와 치양지 공부론에 기반하여 양지 주재의 공부론을 주장하면서도 猖狂放恣의 병폐가 없는 양지학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적이라면 명유들이 주장하는 성인되기 학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면서 양명 양지학의 본 모습과 구양덕 양지학의 본 모습을 고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