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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뻬 극의 진보적인 성향은 주로 그의 순수희극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순수희극이 지닌 사회적이고 진보적인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게 위해 환상성의 추구라는 당시의 새로운 미학적 조류였던 바로크적 성향을 절묘하게 접목시켰고, 이를 통해 로뻬 시대에 궁중 환상희극이라는 희극의 하부장르가 정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극의 환상적 분위기는 바로크의 절정기인 깔데론 델 라 바르까의 연극에 이르러 더욱 복합적인 양상으로 진화되는데, 예를 들어, 로뻬의 궁중 환상희극에서는 특유의 환상적 분위기로 인해 관객들이 자신들이 속한 현실을 망각하고 극의 환상적 분위기에 빠져든 반면, 깔데론의 대표작 『꿈과도 같은 인생』에서는 주인공인 세히스문도 자신이 극중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혼란스러워한다. 이 연극의 공간적 배경 자체가 폴란드라는 머나먼 낯선 곳인데다가, 주인공 자신도 이러한 낯선 세계에서 현실과 꿈 사이를 방황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극의 상황에 대해 극도의 혼란과 혼돈을 느끼게 되며, 이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에 침잠하게 되는 것이다. 로뻬 연극의 바로크적 측면은 이 외에도 극적 구조와 메시지의 이중성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로뻬의 연극에는 그 이전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이 추구하였던 일원적 구조에서 탈피하여, 한 연극 안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그라시오소’와 ‘갈란’처럼 성격이나 신분 또는 외모 등에서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남겨지는 등등, 실로 이후에 절정의 바로크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이중적 성격들이 나타난다. 앞서 예를 든 『꿈과도 같은 인생』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이중적 전개, 그리고 꿈과 현실이라는 대칭적 상징들의 대립 등등이 바로 로뻬의 연극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는 바로크적 성격들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로뻬의 연극에서 비로소 스페인 바로크의 진정한 출발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목차
국문초록
Ⅰ. 시작하는 말
Ⅱ. 로뻬의 희극에 나타난 환상성
Ⅲ. 로뻬의 연극에 나타난 구조와 메시지의 이원성
Ⅳ. 맺는 말
참고문헌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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