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지방자치체제가 복원되면서,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지방의 자치역량의 제고와 행정의 효율성 내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개혁과제로서 지방행정체제의 전면적 개편을 추진하여 왔다. 그리고 이러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논의에 있어서 시・군・구 통합의 문제는 가장 커다란 국가・사회적 관심사가 되었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논쟁과 갈등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시・군・구의 통합은, 종래 인위적으로 정해진 지방행정구역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생활구역과의 괴리에 대한 일치의 요구, 행정 비용의 감축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행정 효율성의 제고, 지방자치단체 간 규모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 격차의 해소, 적정 수준의 인구・면적・재정의 확보를 통한 미래 성장기반의 구축 등을 이유로 국가정책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이고,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인접 시・군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지방자치단체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군・구 통합의 문제는 복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관련되는 사안이고, 지역 내지 주민에 따라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그 추진을 둘러싸고 상당한 갈등이나 논쟁이 야기되거나, 우여곡절 끝에 통합이 성사된 경우에도 적지 않은 후유증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시・군・구의 통합은 기존 지방자치단체의 폐지 내지 본질적 변경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독립법인인 지방자치단체의 사활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어 온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당해 지역의 역사와 전통, 고유한 문화나 정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시・군・구 통합의 문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하고, 무엇보다도 지역 주권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통합으로 인해 자신들의 지역공동체가 폐지되거나 훼손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결정과정에 주민들은 배제된다면, 주민자치를 기본으로 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가 차원에서 거창한 추진 명분과 막대한 통합특례 제공 등을 약속하면서 이루어진 시・군・구 통합은, 국가적인 비용과 노력에 비할 때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고 일부 통합된 사례에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본 논문에서는, 국가가 통합의 계기를 선점하는 경우조차도 그 시・군・구 통합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존폐가 걸린 중대 사안의 결정에 있어서는, 주민투표를 통하여 주민전체의 의사를 확인한 후 이를 바탕으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러한 결론은 헌법상의 지방자치 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실제 통합이 추진되는 경우에도 가장 성공적인 결착을 이루어낼 수 있는 방향이라고 보았다. 주민의사의 확인을 배제한 체, 국가적・정략적 차원에서 타율적・인위적으로 추진된 종전의 시・군・구 통합방식에 대해서는, 학계의 대다수의 지방자치 전문가나 일부 온건한 시민단체들마저 중앙집권적 발상의 소산이자 반자치・반민주・반분권적인 시대역행적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행정주체로서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효율성과 경쟁력 향상의 과제는 항상 요구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인위적인 통・폐합을 통하여 외적 규모를 필요 이상으로 거대화한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말 그대로 지역에 착근한 기초적 지방자치단위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틀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와의 중층적 구조 하에서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주민에게 가장 근접・밀착하여 주민의 의사와 요구에 귀 기울이고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세심하게 제공하며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에서 그 존재의의와 역할을 찾아야 한다. 통・폐합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그 객관적 필요성과 주민들의 요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거나, 적어도 주민투표를 통하여 주민들의 통합의사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에 있어서, 현행의 임의적 주민투표절차를 법률적으로 필수절차화하는 제도 개선을 제안하였다.
Since the 1990s, the central government and politicians have been promoting the complete reorganization of local administrative districts and system as part of national reforms. And most of all, the consolidation problem of local governments(city, county, borough) was the most important and noticeable issue. Surrounding the consolidation of local governments, there have been much controversy and conflict in many districts.
The consolidation of local governments brings about the abolition of the existing local governments which have their own local history, tradition, culture and feeling. Therefore, the problem of the consolidation of local governments has to be treated very prudently and delicately. Specially, the mind and intention of local inhabitants must be respected in the process of the consolidation of their own local governments.
By this time, however, the mind and intention of local inhabitants was neglected in the central government leading planning of the consolidation of local governments and the local inhabitants' poll(voting) was not taken in almost every districts. As a result, I think that the consolidation planing lead by central government was a failure.
In conclusion, I advocated the revision of the local government laws which reflects the legal(essential) process of the local inhabitants' poll(voting) in the consolidation process of local governments.